어른돼도 부모에게 손 벌리는 밀레니엄세대, “게을러서?”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5.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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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91>자식에게 '돈' 주기 보단 버는 법 가르치기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밀레니엄세대는 너무 게을러. 이들의 약 40퍼센트가 여전히 부모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다니까”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설문조사(USA TODAY/Bank of America Better Money Habits)에 따르면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소위 밀레니엄 세대는 어른이 된 뒤에도 10중 4명 꼴로 여전히 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것은 20대 초반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26세~34세의 나이든 이들까지도 약 22퍼센트가 부모에게 이래저래 금전적으로 손을 벌리고 있으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이들도 약 5분의1 정도는 이런저런 비용을 부모가 대신 내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모 덕분에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밀레니엄세대(1980년대~1990년대 생)가 "어른이 된 뒤에도 너무 게을러(lazy) 재정적인 독립을 할 줄 모른다"고 힐책한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는 밀레니엄세대가 부모에게 ‘구걸’하는 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모세대에 비해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게 상대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8세에서 34세까지의 미국 성인 남녀 1000명과 1005명의 밀레니엄세대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엄세대 가운데 부모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는 비중이 부모세대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높았다. 부모세대 가운데 젊었을 때 그들의 부모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경우는 고작 12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밀레니엄세대는 36퍼센트에 달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모세대는 그들의 자식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그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사는 게 부모세대에 비해 지금의 밀레니엄세대는 훨씬 힘들다. 나아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에서부터 은퇴자금 준비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밀레니엄세대는 부모세대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걸리거나 아예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도 수년째 지속돼 온 경제 저성장으로 밀레니엄세대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시급 알바를 전전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에선 잠재적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2%에 달하고 청년실업자수가 100만명이 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자 많은 부모들은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기꺼이 그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세대의 30퍼센트는 그들의 자식들이 정말로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있다고 답했고, 또 23퍼센트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막대한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과 저성장에 따른 더딘 일자리 창출은 밀레니엄세대가 부모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해 미래를 설계하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고 이러한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부모세대는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앤드류 플레플러(Andrew Plepler) 글로벌 사회공헌팀장은 “자녀에게 금전적 도움을 줄 때 어떤 규칙이나 조건을 세우지 않으면 어른이 된 자식들을 오히려 망치게 할 수 있다”며 "부모들이 너무 감정을 앞세워 자식을 도와주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식들의 생활비용을 아무런 조건 없이 부모가 대신 내주다보면, 자식들은 그 비용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며 급기야 그 비용에 대한 책임감마저 아예 느끼지 않게 돼 버린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자식들도 많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자식들에게 돈을 줄 때도 반드시 재정적인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플레플러 팀장은 제안한다. 체크카드는 통장에 있는 자금 범위 내에서만 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밀레니엄세대가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재정적으로 의지하게 된 이유를 여기서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모가 무한정 어른이 된 자식들의 자금줄이 될 순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최소한 밀레니엄세대들이 지금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더라도 재정적인 독립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격려해줄 필요는 있다.

부모들은 평소에 자식들과 ‘돈’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하고, 또 부모가 금전적으로 어려워지거나 아니면 죽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도 서로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달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독립 못하고 여전히 ‘어린이’ 마냥 부모에게서 도움이나 바라는 밀레니엄세대가 주위에 많다. 이들에겐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버는 것(money is earned)’이라는 점을 분명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밀레니엄세대에게 '물고기'를 줄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이들이 스스로 재정 독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룻만에 먹어버리지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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