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설문조사(USA TODAY/Bank of America Better Money Habits)에 따르면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소위 밀레니엄 세대는 어른이 된 뒤에도 10중 4명 꼴로 여전히 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것은 20대 초반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26세~34세의 나이든 이들까지도 약 22퍼센트가 부모에게 이래저래 금전적으로 손을 벌리고 있으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이들도 약 5분의1 정도는 이런저런 비용을 부모가 대신 내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는 밀레니엄세대가 부모에게 ‘구걸’하는 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모세대에 비해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게 상대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모세대는 그들의 자식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그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사는 게 부모세대에 비해 지금의 밀레니엄세대는 훨씬 힘들다. 나아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에서부터 은퇴자금 준비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밀레니엄세대는 부모세대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걸리거나 아예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도 수년째 지속돼 온 경제 저성장으로 밀레니엄세대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시급 알바를 전전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에선 잠재적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2%에 달하고 청년실업자수가 100만명이 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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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자 많은 부모들은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기꺼이 그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세대의 30퍼센트는 그들의 자식들이 정말로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있다고 답했고, 또 23퍼센트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막대한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과 저성장에 따른 더딘 일자리 창출은 밀레니엄세대가 부모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해 미래를 설계하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고 이러한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부모세대는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앤드류 플레플러(Andrew Plepler) 글로벌 사회공헌팀장은 “자녀에게 금전적 도움을 줄 때 어떤 규칙이나 조건을 세우지 않으면 어른이 된 자식들을 오히려 망치게 할 수 있다”며 "부모들이 너무 감정을 앞세워 자식을 도와주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식들의 생활비용을 아무런 조건 없이 부모가 대신 내주다보면, 자식들은 그 비용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며 급기야 그 비용에 대한 책임감마저 아예 느끼지 않게 돼 버린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자식들도 많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자식들에게 돈을 줄 때도 반드시 재정적인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플레플러 팀장은 제안한다. 체크카드는 통장에 있는 자금 범위 내에서만 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밀레니엄세대가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재정적으로 의지하게 된 이유를 여기서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모가 무한정 어른이 된 자식들의 자금줄이 될 순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최소한 밀레니엄세대들이 지금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더라도 재정적인 독립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격려해줄 필요는 있다.
부모들은 평소에 자식들과 ‘돈’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하고, 또 부모가 금전적으로 어려워지거나 아니면 죽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도 서로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달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독립 못하고 여전히 ‘어린이’ 마냥 부모에게서 도움이나 바라는 밀레니엄세대가 주위에 많다. 이들에겐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버는 것(money is earned)’이라는 점을 분명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밀레니엄세대에게 '물고기'를 줄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이들이 스스로 재정 독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룻만에 먹어버리지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