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알뜰폰 회사로부터 받은 4월 청구 요금. 등록된 단말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상 데이터 사용료에 비해 51배나 많은 요금이 책정됐다.
박씨는 "요금이 저렴하다는 말에 속아 예전 쓰던 전화번호 유지용으로 알뜰폰을 구입했는데, 잠깐 인터넷에 접속했다고 요금폭탄을 맞을지 몰랐다"며 "홈페이지에 게시된 요금보다 51배나 많은 요금을 부과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A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정상 청구된 게 맞다는 답변이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박씨가 가입했던 A 알뜰폰 서비스 회사의 설명은 이렇다. 박씨가 가입 당시 등록한 단말(스마트폰, 피쳐폰) 외의 다른 단말(갤럭시탭)로 데이터에 접속했다는 것. 때문에 해당 정액 요금제 기준이 아닌 예전 데이터 요율(2G폰 기준)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박씨는 휴대폰 유심을 예전에 써왔던 갤럭시탭에 옮겨 인터넷에 접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박씨는 "접속기기가 개통 당시 등록 단말기냐 아니냐에 따라 요금 차이가 50배 이상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입 계약 당시 전혀 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안내가 전혀 없다"고 억울해 했다.
A사는 KT망을 임대해 사용 중이다. 휴대폰과 태블릿PC 유심 호환을 막아놓은 SK텔레콤과 달리, KT는 자사 가입자들이 휴대폰 유심을 태블릿PC에 꽂으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KT망을 임대한 알뜰폰 기업의 가입자들도 얼마든지 유심을 태블릿PC 등에 옮겨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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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관계자는 "3G망과 LTE망이냐에 따라 차이가 날 뿐 접속 단말기에 따라 다른 요율로 알뜰폰 기업들에게 도매 대가를 받지 않는다"며 "KT 고객들도 휴대폰 유심으로 태블릿PC를 쓸 경우, 원래 자신이 가입했던 요금제 기준에 따라 데이터 요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어떤 식으로 과금할 지 여부는 알뜰폰 업체의 영업 재량이라는 설명이다.
◇3G 데이터 도매대가 'MB당 고작 9원'
알뜰폰이 500만 가입자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값싼 요금제'를 미끼로 소비자들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부당 수익을 챙기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용자들의 철저한 주의가 당부된다. 이번 사례도 여기에 해당된다. 유심 요금제의 경우, 이미 개통된 단말기라면 어느 단말에나 옮겨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일반인들의 통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러 열어놓고 접속하는 순간 50배가 넘는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가입자들의 한순간 방심을 노려 낙전수입을 얻겠다는 꼼수 아니냐"고 말했다. 가뜩이나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알뜰폰 데이터 이용료가 저렴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인데, 이처럼 교묘한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알뜰폰 기업이 굳이 A사만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정부에 지속적인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이 결과 지난해 3G 데이터 요율이 MB당 9원까지 내려간 바 있다. 도매대가 대비 박씨의 데이터 사용료는 무려 295.8배나 많이 책정됐던 셈이다.
A사는 본지의 취재가 계속되자 "요금 설계 당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전산을 바꿀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박씨는 "알뜰폰 가입자중 상당수가 계좌 자동이체를 사용하고 있어, 자신도 모른 채 데이터 요금이 과당 청구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