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사면 현금준다"…불붙은 렌털가입자 쟁탈전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5.04.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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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등 대형사 직영 대리점 중심 총 렌털료의 10% 지급, 중소형사들도 가세

국내 정수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활가전업체들이 정수기 렌털시 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영 판매조직에서 버젓이 현금을 미끼로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생활가전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정수기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쿠쿠전자 등 대형 생활가전업체 직영 대리점을 중심으로 정수기 렌털 시 총 렌털료의 10% 정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판매수수료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리베이트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5년간 총 렌털료가 120만원(월 2만원)인 정수기의 경우 12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당수 중소형 생활가전업체들도 정수기 시장 확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속속 현금 지급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생활가전업체 전문가는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업체의 정수기 판매조직 판매수수료 체계는 대부분 기본 수수료 외에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판매조직이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현금을 경쟁적으로 지급하면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발업체들도 고객유치를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기 사면 현금준다"…불붙은 렌털가입자 쟁탈전


이 같은 현금지급은 정수기 시장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후발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늘면서 고객유치를 위한 현금지급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부터 정수기 보급률이 60% 수준에 달하면서 연 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정수기 시장 성장세가 정체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한다. 여기에 2010년 자금력을 앞세운 쿠쿠전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신일산업과 위닉스, 바디프랜드에 이어 올해 현대백화점이 정수기 시장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

생활가전업체들의 제살깎기 경쟁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생활가전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당장은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체들이 현금지급 비용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생활가전업체들은 정작 과도한 현금지급 경쟁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본사와 상관없이 일부 판매조직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 대형 생활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일선 영업조직에 본사 차원의 공식적인 판촉물이나 설치비 면제 등 프로모션을 제외하고는 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현금 지급에 대해 해당 판매원에게 경고 조치 후 재발 시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자율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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