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누나 저 맘에 안들죠?' 유승민의 역습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04.0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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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교섭단체 대표연설 뒷얘기… "새누리 세대교체 들어가"

◇ 등장인물
-the300 정책위팀 김태은 기자 : 금융·증권·산업 등 경제 분야에서만 굴러먹다가 1년 반 전 여의도 국회로 굴러들어와 피아 구분, 여야 구분 못하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중.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원내대표 마크맨으로 '이슈메이커' 유 원내 때문에 과로사 직전.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 : 정치부 기자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다 현실 정치에 몸을 담아 대선, 국회의원 선거,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여의도 정치 고수. '의제와 전략그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방송을 종횡무진, 명쾌한 분석과 톡톡 튀는 표현력으로 고공행진 중.

[뷰300]'누나 저 맘에 안들죠?' 유승민의 역습


◇ 사건 개요
한통의 문자가 도화선이 됐다.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문제적'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문에 써야할 기사가 늘어나 과로에 허덕거리고 있는 김 기자에게 "기분 좋겠네요"라니, 실장님, 저 맘에 안드시죠?



안 그래도 일거리를 잔뜩 안겨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 할 말이 많던 차,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에게 '전화 배틀'을 신청했다. 유승민이 뭐길래, '왜 때문에', 정치부 기자와 정치 평론가가 카톡도 아닌 문자 메시지로 유승민의 기분을 논하는가.

유승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본 새누리당의 세대교체와 여야 정치권의 지형 변화, 대권 구도에의 영향까지,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주제에 대해 18분57초 간 열띤 대화가 펼쳐졌다. 존칭이나 직함은 때때로 마구 생략됐다.



소장파의 역습…격세유전의 전설

△김 기자 누구 기분이 좋다는 거에요?

▲윤 실장 유 원내대표도 김 기자도 기분 좋을 거 아니에요. 기사 보니까 뭐 열심히 쓰던데.


△김 기자 제가 왜요?!!! 솔직히 극찬이라는 건 잘 모르겠어요. 새누리당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많아요. 그럼에도 유 원내대표가 오늘 저런 연설을 하는 것을 보니까 새누리당의 소장파가 주류로 떠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머니투데이에서 발간하는 '더 리더'(깨알홍보)에서 최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민현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과 인터뷰하면서 이제 새누리당 소장파에서 뭔가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하던데 상당히 공감했거든요.

▲윤 실장 새누리당 소장파에서 대통령이나 그런 건 차기에서 바로 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있어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새누리당에 초재선 의원 중 합리적인 정치인들이 많잖아요. 대선만 본다면 그런 건 있을 거에요. 야권에서 DJ 이후에 노무현과 천신정이 올라섰는데 결국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갑툭튀'잖아. 내부에서 재생산이 안되니까. 박원순도 그렇고. 그런 점에 비해 여당은 아주 잘하고 있는 거죠. 자기들이 훈련시켜 낸 사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크고 있는 거고 미래를 걸어볼 만한 거고.

△김 기자 아니 그럼 훈련시킨 사람은 누구예요? 이 사람들을 훈련시킨 게, 이회창이에요?(웃음)

▲윤 실장 아니 당이란 시스템 하에서, 그러니까 유승민 같은 경우 누가 그런 얘기했는데 대선 두번 진 게 얼마나 큰 재산이냐고…….

△김 기자 그거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가 그 얘기 했죠.

▲윤 실장 그러니까. 유승민은 이회창한테 훈련받고. 이회창이 장점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반듯한 나라, 옛날에 이런 컨셉트로 얘기하기도 했고.

△김 기자 지금 새누리당에서 합리적 중진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 이회창 때 들어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오픈프라이머리가 무조건 선이냐 얘기하면서 이회창이 오픈프라이머리로 그 사람들 데리고 왔냐고…….(웃음)

▲윤 실장 그렇지. 그건 야당도 마찬가지인 거고. 그런 점에서 볼 때 새누리 보수진영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들어가는 거에요. 다음 정권을 잡느냐 못잡느냐보다 어쩌면 더 큰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격세유전 이런 말 있잖아요. 홀수학번이 똑똑하다, 이런 얘기처럼.

△김 기자 이 얘기 다른 데 나가서 하지 마세요. 재밌잖아요.

유승민, 개혁이란 이름의 꽃놀이패?

△김 기자
세대교체는 맞는 얘긴데 또 한가지는 유승민이란 정치인 개인에 대한 건데요. 그동안 매력있는 정치인인 거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똑똑한 것도 두말할 나위 없고요. 리더십 부분은 이제 검증이 시작된 거라 물음표는 있었지만 느낌표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요. 원내대표 행보를 보면 '사드(THAAD)'라든가 세월호 인양 문제의 경우 먼저 치고 나와서 나름 이슈를 자기 페이스로 이끌었거든요.

▲윤 실장 사드는 지켜봐야 할 거 같고 세월호는 꽤 전향적인 행보였죠. 그런데 유승민이 꽃놀이패를 잡고 있다고 보는 게, 성공하면 그대로 자산으로 남고 삐끗하더라도 이렇게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고 보수를 혁신하려고 햇는데 청와대라든지, 당내에 머리가 굳은 것들이 안 따라와서 이렇게 됐다, 하면 금방 재평가 받을 수 있거든요.

△김 기자 물론 제3자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그렇게 지적할 수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혼자 떠들다가 바보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오늘 같은 경우도 어제는 계속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엑스포 기사 쓰면서 야당이 정책경쟁하면서 변하는 모습만 줄줄줄 쓰고 여당에선 쓸 것 없어서 이러고 있었는데 오늘 유승민이 교섭단체 연설하면서 유승민 얘기로 기사가 도배가 되도록 만들었고요. 이런 걸 어떤 능력으로 봐야 하는 건지.

▲윤 실장 리더십 문제는 유승민이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봐요. 야권의 경우 문재인이 앞서가고 있지만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까지 꽤 수렴되고 있는 게 있고 누가 먼저 뛰쳐 나가는게 아니라 이 판을 키워나가야 하는 거라는 데 이해가 일치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에 비해 유승민은 친구가 안 보여. 동생들은 보이는데.

△김 기자 맞아요 맞아.(격하게 동의)

▲윤 실장 정병국 정도 되는 위상의 사람들이 옆에 붙어주면서 쭈욱 나가주면 서로 '윈윈'이 될 텐데 그게 잘 모르겠어요.

△김 기자 확실히 그런 거는 없죠. 유승민을 따른 무리들이 주로 초재선들이고. 그런데 원내대표 취임 후 무리 바깥에 있는 의원들도 원내부대표단 같은 곳에서는 빠르게 유승민 '빠'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내가 대놓고 당황스럽다고 했다니까요.

▲윤 실장 그럴수록 친구가 없어질 수 있어요. 저 형은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자고 얼굴도 잘생겨서 내가 따라다니고 싶은 형, 이런 식으론 많이 되는데 끈끈함이라든지, 글쎄. 더구나 남원정을 보면 남경필은 조금 다르지만 정치적으로 훈련받아 올라온 사람들이에요. 학생운동 했지, YS때부터 30대부터 했지, 원희룡은 약간 다르지만 세대적인 훈련과 개인 커리어로도 훈련을 받아 올라온 사람들인데 유승민은 박사하다가 픽업돼 비례대표로 시작했지, 대구 자리 나니까 끼워 넣어줬지, 꽃길만 걸어온 사람이잖아요.

△김 기자 하하하하하(격한 웃음)

▲윤 실장 비단길만 걸어온 사람이잖아. 정치적으론.

△김 기자 사실 이런 게 유승민에 대한 시각으로 꽤 많았던 게 사실이고요.

▲윤 실장 '워너비'한 형은 맞는데 과연 같이 당구치고 라면먹고 이럴 수 있는 형인지 잘 모르겠어요.

유승민에서 오세훈으로…둘이 뭔 상관?

△김 기자
궁금한게 정치판에서 스타 한 명이 판을 주도한다는 게 사실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말씀하신대로 야당은 네 명이 골고루 나눠 갖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거고 여당은 김무성 대표가 1위지만 개혁 포지션을 봤을 때 유승민 혼자니까 빛나보이는 부분이 있는 거군요.

▲윤 실장 이건 아직 기삿거리는 아닌 거 같은데 오세훈이 어떤 쪽으로 가는 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유승민하고 비슷하게 갈 건지, 오른쪽으로 갈 건지.

△김 기자 오세훈은 김무성하고 비슷한 게 있잖아요. 복지는 줄여야 되고. 그런 부분에서 사실 새누리당에서 써먹으려는 게 있는 거죠. 김무성으로서도.

▲윤 실장 홍준표가 김뺀거죠.(실소)

△김 기자 그렇다 하더라도 홍준표가 끝까지 가능성있다고 보기 어려우면 그 사이에 오세훈이 치고 들어올 수도 있는데 유승민과는 다른 길을, 반대 포지션으로 내세워질 가능성이 크지 않나요.

▲윤 실장 그쪽은 이미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이미 김무성, 김문수도 있고. 옛날 한나라당 사람들 만나 보면은 오세훈한테 주목한다는 얘기가 들려요. 오세훈 주목하는 건 '세컨드 옵션'이 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김무성이나 김문수 이쪽 말고 다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거지. 계란을 한 바구니에 안담는 것처럼.

△김 기자 사실 지지율이나 인지도 면에선 유승민이 오세훈의 경쟁상대가 못 되니까 그쪽이 더 가망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건 그렇고 한 번에 판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거는 유승민의 능력인가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본인에 집중시킬 수 있는건가요.

▲윤 실장 유승민의 능력이란 말이 듣고 싶은거 같은데…(비웃음) 능력 맞고….

△김 기자 아니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에요?

▲윤 실장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세월호 시행령 관련해서 했던 워딩이 재밌더라고요. 장관 만나서 얘기 나오는 거랑 총리 만나서 얘기 나오는게 똑같으면 총리 왜 하냐고. 정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해요. 모 장관처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보일 욕심이랑 국회의원 한번 더할 욕심밖에 없으면 그렇게 하는거지.(폭소)

△김 기자 박 대통령이 딱 좋아하는 공직자의 모습 아닌가요.(폭소)

▲윤 실장 그것밖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런 거고 이완구나 유승민처럼 욕심 커야 되는 거에요, 정치 잘하려면.

△김 기자 오늘 교섭단체 대표연설 끝나고 이완구 총리를 만났거든요. 건강하게 잘 지내냐 웃으면서 인사하길래 유승민 대표연설 어떻게 들었냐고 물으니 '감동적으로 들었습니다', 한마디 하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돌아서서 다시 '경청했다'라고 워딩을 바꾸면서 몇 번을 확인하더라고요.(웃음)

▲윤 실장 그거 재밌네.(재밌어하는 웃음)

△김 기자 속으로 진짜 웃겼지. 감동했습니다라고 절대 쓰지 말라고.

▲윤 실장 나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잘 하는 거 같아요. 그 양반이 바로 이번 대선을 보는 지, 다음을 보는 지, 이번엔 안 되더라도 경선 한번 나간다고 보는 지 모르겠지만, 잘하는 거 같아요.

△김 기자 야당의 모 강경파 의원실 보좌관한테 유 원내대표 연설이 파격적이라고 했더니 파격적이래봤자 립서비스겠죠, 이러다가 전문을 쭉 읽어봤어요. 읽어보더니 마지막에 하는 말이 뭔지 알아요?

▲윤 실장 뭐래?

△김 기자 아니 이분 대권 행보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묻더라고요.

▲윤 실장 첫째, 본인이 욕심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정당이든 기업이든 뛰어난 조직은 구성원들의 성장 욕망과 조직의 이익을 일치시키게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그런 말 한 적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욕심 없는 사람이 문제라고. 지금 유승민의 경우 삼박자를 맞추고 있는 거거든요. 정치적으로 더 힘을 얻겠다는 개인의 욕망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 정도로 보여줘서 당과 보수진영의 역량을 과시했으니 조직의 이익, 그리고 내가 볼 땐 상당 부분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바이니 그러면 국가와 우리 공동체의 이익, 이 삼박자를 맞추는 거니 아주 훌륭하죠 .

△김 기자 기분 좋은 건 내가 아니고 실장님 같은데?

▲윤 실장 아니 난 요즘 김기자 기사 잘 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현재 정치판을 꽤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김 기자 저도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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