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M&A에 국내 제약사 후폭풍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5.04.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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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약사 상대 기술수출 증가…글로벌 M&A 늘면서 간접 영향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기술 수출한 국내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M&A로 계약상대방이 달라지면서 신약 개발과 판매 조건이 달라져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메지온 (38,900원 ▲550 +1.43%)이 다국적 제약사 악타비스(옛 워너칠코트)와 맺었던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 신약 후보물질 '유데나필'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 2008년 12월 메지온은 유데나필의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 관련 북미지역 개발권과 판매독점권을 워너칠코트에 넘겼다. 워너칠코트가 메지온에 기술 수출료 69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개발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2013년 워너칠코트가 악타비스에 인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데나필 개발을 진행해오던 악타비스가 지난해 말 기술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것. 악타비스는 지난해 11월 앨러간을 66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대금 부담으로 악타비스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신약개발 전략이 바뀌었다. 메지온 관계자는 "악타비스가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유데나필 개발 속도를 높여야 했던 메지온 입장에서는 계약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로 메지온은 신약개발과 판매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새로운 판매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 번 계약이 해지된 신약후보물질의 경우 기술계약에 신중하게 접근하게 된다"며 "유데나필 기술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의 계약이 증가하면서 제약사간 M&A 영향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셀트리온 (195,800원 ▲6,800 +3.60%)이 개발·생산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미국과 유럽 판매를 맡고 있는 제약기업 호스피라가 세계 1위 제약기업인 화이자에 인수됐다. 화이자가 항체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판매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셀트리온과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항체시밀러 중 일부 파이프라인이 겹쳐, 셀트리온은 북미지역에서 새로운 판매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만일 화이자가 셀트리온의 항체시밀러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 판매권을 회수 할 수 있는 만큼 북미지역에서 새로운 판매파트너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아에스티 (65,000원 ▲200 +0.31%)가 수퍼항생제를 기술 수출한 미국의 큐비스트가 미국 머크(MSD)에 인수됐다. 머크는 지난해 매출 440억달러를 기록한 세계 7위 제약사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수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영업력이 강한 머크가 직접 판매할 예정이어서 동아에스티에는 호재라는 평가다.


메디톡스 (138,600원 ▲200 +0.14%)가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성분)을 기술수출한 앨러간이 지난해 11월 악타비스에 인수됐다. 악타비스가 피부과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메디톡스의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맺은 국내 제약사들은 M&A의 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현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M&A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기술수출 계약을 할 때 함부로 임상시험 등을 포기할 수 없는 조항 등을 넣는 등 계약조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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