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방직 김영호 회장 애호 와인 '제임스본드 샴페인'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5.03.31 05:50
글자크기

[명사들의 와인]<4>샹파뉴 '볼랭저'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프랑스 랭스(Reims) 지역의포도밭(배경)과 샹파뉴 볼랭저 샴페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프랑스 랭스(Reims) 지역의포도밭(배경)과 샹파뉴 볼랭저 샴페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가장 품질 좋은 포도를 수확하기 위한 와이너리의 노력과 정성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결정되듯 기업은 CEO가 추구하는 비전과 제품에 쏟는 열정에 따라 경쟁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일신방직의 김영호 회장은 국내 섬유업계를 리드하는 동시에 명품 와인 수입업체인 신동와인을 운영하면서 한국 와인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91년에 설립된 신동와인은 세계 10대 와인으로 꼽히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티(Domain de la Romanee-Conti),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가야(Gaja)는 물론 와인 생산국 내에서 최고의 명품 와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상퍄뉴의 볼랭저(Bollinger), 유럽의 검은 전설로 통하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토레스(Toress), 헝가리 토카이의 로얄 토카이(Royal Tokaji), 미국 나파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등을 수입,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와인을 국내 와인 마니아들에게 선보였다.

섬유업계의 리드이면서 예술 애호가이며, 와인 수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와인 마니아 김 회장은 그 중에서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실까?



김 회장이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은 프랑스 샹퍄뉴의 볼랭저 스페셜(Bollinger Special) 혹은 볼랭저 그랑(Bollinger Grand)과 뉴질랜드 말보르의 빌라 마리아 리저브 소비뇽 블랑(Villa Maria, Reserve Sauvignon Blanc)으로 알려졌다.

1829년에 설립된 볼랭저는 최고의 품질을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삼는 그랑드 마르크(Grandes Marques: 30개 회원으로 구성된 샹퍄뉴 최고의 삼페인 조합)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며 18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볼랭저는 1884년 빅토리아 여왕시절 영국 왕실의 샴페인으로 인정받은 이후 현재까지 영국 왕실의 공식 샴페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1981년 세기의 결혼식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연회 때에도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돼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특히 와인 전문가인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1788년 프랑스 샹파뉴를 방문했을 때 볼랭저를 샹파뉴 최고의 와인으로 칭했으며, 007영화에 11번이나 등장해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프랑스 와인 중에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현존하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 Company in French, EPV)’으로 등재돼 있다.

빌라 마리아는 1961년에 조지 피스토니크(George Fistonich)가 설립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역사는 짧지만 뉴질랜드 와인을 세계적으로 급부상시킨 와인너리로 명성이 높다. 2012년 와인 스펙데이터에서‘세계의 위대한 와인 생산자 50위’ 안에 선정되었고, 2013년 유럽의 와인 저자들이 뽑은 ‘올해의 가장 인상 깊은 와이너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7년간 호주에서 개최된 와인스테이트 와인 어워드(Winestate Wine Award)에서 각국의 최고 와이너리를 뽑은 행사에서 뉴질랜드 와인너리 중에서 6번이나 최고의 와이너리로 선정됐고, 아시아 와인 매거진(AsiaWine Magazine)에서 3년 연속 최우수 와이너리로 선정되면서 와인업계에 무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김 회장의 선친께서 회사 이름을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뜻으로 문익점의 호인 일신(日新)으로 정했는데, 김 회장은 경영은 예술과 같아서 모방을 하면 명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다.

김 회장은 1975년 일신방직의 자회사인 ㈜신동이라는 봉제회사 대표를 맡으면서 적자를 면치 못한 기업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1982년에 일신방직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엔 1983년 12월 누전으로 광주 방적 2공장에 큰 화재가 났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했다.

이러한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그가 애호하는 와인과 여러 공통점이 있다. 볼랭저가 전통 방식에 따라 샴페인을 만들고,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포도를 사용하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최고의 샴페인이 되었다. 그리고 빌라 마리아는 최고의 와인 품질관리 위해 포도재배에서부터 와인제조까지 모든 공정에 걸쳐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열정을 쏟아 부어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 회장은 선친이 세운 일신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어머니와 가족들의 끊임없는 사랑, 늘 최고를 지향하는 열정으로 성공적인 신화를 만든 것이다. 일신방직은 우리경제의 버팀목으로 섬유선진국에 기여했고, 글로벌 섬유업계를 선도하는 리더로 최고의 품질로 제품 차별화와 경쟁우위에 서있다.

그래서 김 회장은 볼랭저나 빌라 마리아의 와인을 마시면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접목하고 일신을 한국에서 최초로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꿈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