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포스코가 주춤하자 포스코로부터 출자를 받는 것과 동시에 1500억원 규모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려던 리튬 업체의 투자자 모집도 잠정 중단됐다.(관련기사☞[단독]포스코, 아르헨 리튬업체 리떼아에 기술이전·지분투자)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비자금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가 정준양 회장과 옛 정권으로 향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가 투자계획을 보류했다"며 "그 결과 투자자모집은 물론 리튬 생산 공장 건설 등 모든 일정이 전면 수정될 판"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리떼아로부터 탄산리튬 생산 기술을 제공하고 기술사용료 150억원을 받는 한편 50억원 규모의 주식 매입권(콜옵션)을 걸어둔 상태다.
포스코와 손잡은 리떼아의 FI 모집은 순항하는 듯 했다. A증권사 주관으로 이달 12일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코스닥상장사 B사와 C사가 투자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리떼아는 FI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아르헨티나와 전라남도 여수에 리튬 가공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리떼아는 더 나아가 2017년 IPO(기업공개)를 추진, 상장과 함께 FI 엑시트(투자금 회수) 계획까지 마련했다.
이 모든 계획은 설명회 다음날인 13일 검찰이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준양 전 회장의 투자행보가 도마에 오르자 포스코가 모든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
포스코만 바라보던 리떼아와 A증권사도 FI 모집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포스코건설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던 2억5000만달러(2770억원) 규모의 리튬공장(아르헨티나·여수) 건설 계획도 일정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투자자 모집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의도가 어찌됐든 과거 투자행위가 훗날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투자결정을 쉽게 내릴 수가 있겠나"고 말했다.
검찰 수사 이후 포스코 경영이 정상궤도를 벗어난 건 리떼아 투자 건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우디와 공동사업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합작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힘들다"며 "사업은 상대방이 있는 것인데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달 초 사우디 국부펀드 PIF(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와 건설 및 자동차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때 PIF는 10억달러 이상 투자해 포스코건설 지분 40% 이상 인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이후 일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