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 영화·항공기까지…연기금·공제회 틈새투자 각광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5.04.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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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에 돈 되는 산업이면 과감히 투자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도, 해외여행을 가며 타는 비행기도, 꿈을 키우는 벤처기업도 연기금과 공제회의 돈으로 운영된다. 최근 연기금·공제회들이 투자 분야를 다변화하면서 이와 같은 틈새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돈이 된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주식·채권투자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도 이같은 현상의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최근 영화산업, 항공기, 벤처기업 등 생소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부동산과 사모펀드(PEF) 등 전통적 대체투자에 국한되지 않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최대한의 수익률을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벤처펀드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조성된 벤처펀드는 총 2조5382억원 규모인데 이 중 연기금과 공제회가 투자한 금액이 5190억원에 달했다. 전체 벤처펀드의 5분의1을 연기금·공제회가 담당한 셈이다.

연기금의 '맏형' 국민연금은 지난해 벤처 펀드에만 총 2590억원을 투입했다. 군인공제회도 600억원을 출자했는데, 2013년 200억원에 비해 3배 급증한 규모다. 과학기술인공제회도 600억원을 벤처펀드에 출자했다.



연기금과 공제회가 벤처 펀드 투자를 늘린 이유는 높은 수익률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산된 벤처 펀드 기준 평균 내부 수익률(IRR)은 연 7%에 달했다. 이전(1999~2013년) 평균 IRR(3.8%)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대해 한 공제회 관계자는 "벤처 펀드의 수익률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수익률을 낼 곳을 찾는 공제회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기항공기


영화 펀드와 항공기 펀드 등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펀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영화시장의 투자수익률은 2012년 13.3%, 2013년 15.2%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 비해 수직 상승세다. 특히 1000만 관객을 달성한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은 영화 펀드에서 각각 35억원씩 투자받았다. 이 영화들이 낸 투자수익률은 각각 316%, 196%에 달한다.

영화산업 투자수익률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결성된 펀드 규모만 1800억원을 넘어섰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영화 펀드에 블라인드펀드 방식으로 280억원을 출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3년에는 최신 화물기 '보잉 777-200LRF' 2대를 구입했다. 투자금액은 총 700억원. 곧바로 외국 항공사로 임대된 이 항공기들은 연 6% 수준의 IRR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항공기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산업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를 제작해 공급하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IT산업이나 바이오산업, 헬스캐어 등도 공제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공제회들은 '돈' 되는 산업이라면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구조가 좋다면 연기금이나 공제회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최근들어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1.7%대까지 떨어지는 등 채권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한계에 직면한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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