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딨소? 기준금리 1%대 시대 대체투자 인력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3.1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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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공제회 굴릴 돈 늘어나는데 적임자 없어 인원 확충 '하늘의 별따기'

'대체' 어딨소? 기준금리 1%대 시대 대체투자 인력난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인력 고민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면서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위주의 투자가 아닌 대체투자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인력풀이 절대적으로 협소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운용인력 채용에 나선 연기금·공제회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조(兆) 단위 자산을 운용하는 곳만 줄잡아 대여섯 곳에 달한다.



우선 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 한 해 운용직 69명을 충원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20여명 채용을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분야는 해외사모투자, 해외부동산, 해외인프라 등 해외대체 부문이다. 분야별 구체적인 충원 계획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수가 대체투자 부문에 배치될 전망이다.

과학기술공제회는 지난달부터 신임 자산운용본부장(CIO) 선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기관 임원으로 15년 이상 경력을 갖춘 전문가 29명이 지원한 가운데 최근 최종 후보를 3명으로 줄인 상태다. 3조원 규모의 자산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지만 무엇보다 대체투자 실무에 해박한 전문가가 우선될 전망이다. 과학기술공제회는 CIO와 함께 자산운용 부문 실장급 인력도 충원 중이다.



군인공제회는 올 초 투자전략실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해외투자 담당 실무자를 포함한 자산운용 전문가도 10명 안팎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공사(KIC) 역시 올 초 두자릿수 인력을 충원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인력 충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가 잇따라 인력 확충에 착수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여건 때문이다. 이달 기준금리가 1.75%까지 인하되면서 전통자산 위주의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체투자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마이너스' 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국민연금마저 대체투자 비중이 지난 5년 사이 2.5배 늘었다.

문제는 인력 수요에 비해 인력공급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초 공석이었던 주식위탁운용팀장 후임으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재공모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5월 민간 생명보험사로 이직한 해외대체팀 소속 인프라 담당 차장 자리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채워졌다.


최근에는 국내 대체시장 수익률 저하로 무대가 해외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기업투자나 부동산 투자 분야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인프라 투자 등의 영역에서는 전문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며 "채용 공고를 내면 응시자는 몰리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체투자는 투자위험이 높은 특성상 운용전문가만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나 감사 부서 등에도 대체투자 시장에 해박한 백업 전문가가 필요하다. 연기금·공제회의 인력 고민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운용자산도 연기금 입장에서는 이중고다. 국민연금 기금은 한 달 평균 3조5000억원이 유입된다. 회원 이자 지급률이 5%대인 공제회의 경우 저금리를 피해 투자할 곳을 찾는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출자 보류를 선언했던 연기금·공제회가 올 들어 자금 출자를 재개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률을 올릴 만한 투자처는커녕 운용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지면서 마냥 외부 위탁을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자를 충원하기에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뒤처지는 처우가 문제"라며 "이젠 전문가 육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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