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해 실적 역주행을 하는 '신기한 기업'이 나타난다. 그들은 무엇을 갖추었길래 레드오션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걸까?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한 라면집에서 우연히 찾았다.
라면과 함께 밥을 주문했다. 공기밥이 고슬고슬하다. 국물에 말아 먹기 딱 좋은 밥이다. 밑반찬인 단무지는 라면과 함께 나오기 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와서 아삭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물도 테이블에 물병이 아무렇게 놓여있지 않고 항상 냉장 시켜둔다. 덕분에 라면을 먹으면서도 차가운 물을 들이켜니 느끼하지 않다. 셀프 반찬인 김치도 덜어 먹을 수 있는데, 이 김치는 작게 잘라져 있어 필요 이상 담지 않게 된다.
이 라면집은 구석구석 맛있는 라면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주인 스스로 라면을 좋아하고 깊이 탐구하지 않았더라면 이뤄내지 못했을 디테일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라면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엔 라면집 주인의 철학이 함께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가는 분식집은 'OO천국'이란 이름 아래 김밥부터 초밥까지 다양한 메뉴를 만든다. 맛이 아닌 무난한 가격대와 많은 메뉴를 내세운다. 밥이 질어도, 단무지를 한 입 깨물었을 때 무르고 미지근하더라도 우리는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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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업력이 오래되니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게 된다. 내부조직도 귀찮게 혁신을 꾀하기보다는 현재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지낸다. 아무리 완벽한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갖추었더라도 제자리에 있다보면 뒤따라오는 새로운 회사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언젠가 앞지르게 되어있다. 이런게 사양사업이라고 얘기하는 곳에서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많은 청년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고민하던 것이 아닌, 지금 시장에서 선호할 것 같은 아이템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던 분야를 선택하는 것을 종종 본다. 사업 아이디어가 꼭 새로울 필요는 없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것, 사람들이 억지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장에 '디테일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것이 된다.
'내가 선택한 길이 그저 무난함은 아닌지' 고민하다, 라면 끓이기라도 잘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에 한밤중에 라면 냄비에 물을 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