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출신 20대女 창업 3년만 네이버 지식인 누른 비결이…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2015.04.2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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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IT를 만나다]이민희 바풀 대표

편집자주 IT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던 기존 교육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 일반 시민에게 실용영어를 배울 수 있고, 모르는 문제를 다수와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도 있게 됐다.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는 IT기술을 활용해 교육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그들의 희망점과 종착지를 들어봤다. 이를 통해 교육의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전망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이민희 바풀 대표/사진=바풀 제공이민희 바풀 대표/사진=바풀 제공


중학생 때는 '신화창조(가수 신화 공식팬클럽)'의 경상도 지역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룹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것을 좋아해 학교에선 반장을 도맡아 했고, 교내에 없던 토론 동아리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대학시절엔 거리에서 장미꽃을 팔아 수익을 낼만큼 사업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바로풀기:공부필수앱'을 서비스하는 이민희 바풀 대표(28)의 이야기다.



2011년 제12회 여성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2012년 제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등 그의 화려한 수상 경력 이면에는 초보 벤처 사업가로서 겪은 수많은 고난이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네이버 지식인보다 더 많은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는 지금의 바풀을 위해 그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이 대표의 에듀테크(EdTech) 시장 정복기를 들어봤다.

"대학에 와서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 인턴 할 때 저는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바쁘게 살았어요.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제가 어느새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리더십 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에 입학한 그는 장학생이었지만 학교 공부보다는 사업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경제 3주체(정부, 가계, 기업)의 역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은 본래 저소득층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이었다. 후원을 받아 운영하던 중 사기업의 요청으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으로 확장하게 됐다고.

"그래도 취업은 하고 싶었어요. 큰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보는 경험도 하고 싶어서 삼성 테스코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죠. 그 때서야 제가 회사 체질이 아니란 걸 느꼈죠."

회사 생활을 통해 일은 많이 배웠지만 그는 그 당시 '삶이 재미없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해서 실행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 이 일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가슴 설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퇴사를 결심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부모님의 반대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부모님께 어필했죠. 저는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지금의 생활로는 그런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누군가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 그 중에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사업이라고 설득했죠."

구체적인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강의를 전달하고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기존 교육 서비스 시장의 한계를 절감했다. 제약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의 교육은 영향력이 부족하다 생각했던 것.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동시간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서비스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IT기술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르는 문제를 질문 받게 됐는데 저는 풀 수 없지만 수학을 잘하는 제 친구는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서 어떤 때는 제 친구에게 답을 받아 학생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생겼죠.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질의응답을 하게 되면 제가 굳이 답변하지 않아도 서로서로의 도움이 계속 제곱으로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질문을 주고받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시장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누적된 질문 수 중 수학에 관한 질문이 전체 카테고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던 것. 학습 전용 SNS서비스 바로풀기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시범적으로 질의응답서비스를 제공하는 베타테스트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실험대상은 지방에 있는 제 동생과 친구들이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답변 조회수가 하루 만에 600이 넘어 시장성을 확인했죠. 그 길로 바로 회사를 만들었어요."

2인 기업 아이앤컴바인에서 지금의 바풀에 이르기까지 그는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기술적인 지식이 거의 없어 계속 공부를 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했고, 수익이 없어 통장 잔고가 50만원이 채 남아있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바풀은 현재 가입자 30만명, 다운로드 수 40만 이상, 하루 질문 수 3000개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목도 수학에서 전 과목으로 분야를 확장했고, 이 곳에서 해결된 문제 수가 90만개에 이른다.

"기존의 교육업체가 보수적으로 비춰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닫혀 있기 때문이에요. 소유권이 강해서 돈을 내지 않고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하죠. 하지만 IT의 핵심은 개방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된 가운데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는 거죠."

이 대표는 경험이 많은 스타 강사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신뢰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 학력이 높은, 즉 많이 배운 사람들만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한 분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젊은 사람들도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교육봉사에 참여했던 대학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서비스 공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아요. 하지만 의지는 있는데 어떻게 도움 받을 수 있을지 몰라 좌절하는 학생들도 있고, 도움을 받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학원에 못 다니는 친구들도 있어요. 제가 배운 지식이 누굴 가르쳐 준다고 해서 닳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한다면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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