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머니투데이가 롯데그룹(6개 상장사)과 신세계그룹(신세계·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현금자산과 이익잉여금, 부채비율을 분석한 결과 사내에 쌓아둔 자금 유보율이 평균 4002%로 국내 10대 그룹 평균치 1774%보다 2.3배 높았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스스로 얼마만큼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롯데면세점이 3조∼4조원대 가격의 이탈리아 면세점 기업 WDF(월드듀티프리)를, 롯데쇼핑이 수천 억원대의 모스크바 초대형 쇼핑몰 인수를 검토하는 것도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25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신세계그룹 역시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9조9000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각각 4조원, 1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도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평균 유보율은 3850%로 10대 그룹 평균보다 훨씬 높다.
외부자금 동원 여력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안정적이다. 현대백화점은 부채비율이 50%에 불과하고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각각 123%, 107%를 기록했다.
◇신성장 동력찾기 절실…경쟁업체 견제 목적도=쌓아놓은 현금이 많기도 하지만 유통기업들이 최근 M&A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유통업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 붙은데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전통시장 주변 신규출점 제한 등 규제까지 맞물려 성장 동력을 잃었다. IT(정보통신) 발달로 유통 장벽이 무너지면서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하락세고, 백화점 매출도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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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렌터카 시장에 진출하고, 신세계가 항공으로 눈을 돌린 것은 신성장 동력 발굴이 그만큼 절실해서다. 롯데, 신세계가 올해 7조원, 3조35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사간 경쟁이 공격적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롯데그룹이 사업 확장을 시작했고 신세계, 현대도 몸집 키우기에 동참했다는 것. 특히 신세계는 롯데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에 대비해 LOI를 냈다는 분석이다.
위기를 기회로 판단한 전략적 투자로도 볼 수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며 "싼 가격에 좋은 (기업)매물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2004년 이후 30여개 국내·외 기업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대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쉽지 않고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편이 사업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진 만큼 M&A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