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의 와인 애정, 프랑스 '부르고뉴'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5.02.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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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와인]<2>최고 양조가 '앙리 자이에' 가문의 와인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프랑스 로마네 꽁티 포도밭 전경(배경)과 부르고뉴 에세죠 앙리자에 와인(왼쪽) 및 DRC 로마네 꽁티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프랑스 로마네 꽁티 포도밭 전경(배경)과 부르고뉴 에세죠 앙리자에 와인(왼쪽) 및 DRC 로마네 꽁티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와인은 고급스런 문화를 품고 있으며 와인 한잔 속에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명사들의 추억과 애환뿐만 아니라 미래도 담고 있다.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 나폴레옹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샹베르탕 와인을 마시면서 "샹베르탕 와인 한잔을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드는 것이 없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최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서울 반포에 수제 맥주 전문점인 '데블스도어', 경기도 파주에 고급 주류백화점인 '와인앤모어' 그리고 신세계 백화점 식품관에 전통주 전문 매장인‘우리술방’등을 오픈하는 등 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2009년도에는 이마트와 신세계L&B에서 칠레의 대중와인 G7 와인을 공동으로 출시하면서 ‘정용진 와인’으로 한때 소동이 난적도 있다.



2010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 와인 '그랑 포르트 뒤 쉬드(Grande Porte du Sud)' 레이블에서 숭례문을 발견했다고 올린 뒤 이 와인을 이마트에 입점 시키면서 숭례문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애국심도 보였다.

평소 우리나라 전통주와 와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즐겨 마시는 정 부회장은 술을 알코올이 아닌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하는 동서양의 문화로서 바라보고 신세계 경영철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와인분야의 전문가로 평소 프랑스 와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과 샴페인에 대한 조예는 남다르다. 그는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62년 빈티지의 프랑스 부르고뉴 '도메인 르루아(Domaine Leroy)'를 소장하고 있고,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부르고뉴의 '도메인 세실 트랑블레(Domaine Cecile Tremblay)' 와인을 좋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최근 다양한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쥬브레 샹베르탕(Gevrey-Chambertin) 마을의 '도메인 아르망 루소(Domaine, Armand Rousseau)', 본 로마네 (Vosne-Romanee) 마을의 '도메인 로마네 꽁티(DRC)', '도메인 헨리 자이에(Domaine Henri Jayer)', '도메인 엠마뉴엘 루게(Domaine Emmanuel Rouget)', 모레 쌩 드니(Morey St. Denis) 마을의 '도메인 페로 미노(Domain Perrot Minot)' 등의 와인을 즐겨 마시며, 샴페인은 러시아 황제들이 즐겨 마시던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과 세계 3대 샴페인으로 크리스탈과 쌍벽을 이루는 '크루그(Krug)'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회장이 선호하는 부르고뉴 와인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의 와인 양조가 가문이 만든 와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전설로 통하는 앙리 자이에(Henri Jayer), 앙리 자이에의 처조카로 앙리 자이에의 양조를 계승한 부르고뉴 장인 임마누엘 루게(Emmanuel Rouget), 앙리 자이에의 외증조부 4촌 손녀인 차세대 와인 스타 세실 트랑블레(Cecile Tremblay) 등으로 모두 앙리 자이에의 가족이면서 양조를 사사한 도메인들이다.


앙리 자이에 가문은 부르고뉴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와인 양조의 변화를 유도해내 부르고뉴 최고급 와인들을 생산하는데, 특히 음력에 의한 농사법에 의해 동양의 신비로운 철학을 와인에 담고 포도밭을 가꿀 때도 기계가 아닌 말이 밭을 갈아 토양의 압력을 최소화하는 정성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직접 손으로 수확하면서 세심하게 잘 익은 포도만을 선별하는 열정을 유지하면서 빈티지가 좋지 않은 해의 포도로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피노누아의 개성을 살려 차별화되고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법의 양조 기술 등을 접목,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등극시켰다.

특히 20세기 앙리 자이에는 부르고뉴 와인 양조의 신(神)이라 불리며 부르고뉴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는데,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등급이 낮은 3.5 헥타르의 밭 이외에도 예루살렘 아티초크를 키우던 불모지 밭을 인수하여 직접 돌을 골라내면서 새로운 포도밭으로 탄생시켜 로마네 꽁티 와인에 대적하는 크로 파랑투(Cros Parantoux) 와인을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2013년 프랑스 엘리제궁의 와인 경매에서 1999년산 본 로마네 크로 파랑투가 병당 4,800유로에 최고가로 낙찰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했고,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희귀와인이 됐다.

세계 최고의 양조가가 만든 와인을 국내 유통업계 최고의 CEO인 정 부회장이 즐겨 마시는 이유는 부르고뉴 와인 한잔으로 만나 서로를 최고라고 인정해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세계 최고의 양조가 앙리 자이에의 인간적이며 겸손하고 소박한 양조철학이 와인 한잔에 꽃 피는 것처럼 정 부회장이 SNS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겸손과 열정이 경영철학 속에서 녹아 있으며, 특히 직원들을 위해 베푸는 희생과 사랑도 부르고뉴 와인 한잔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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