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조용병 신임 신한은행장 내정 후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자들에게 강조한 내용이다. 한 회장은 또 "조 내정자의 리테일 부문 경력을 이사회 자회사경영관리위원들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성장·저금리 심화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내년 도입되는 '계좌이동제'로 개인고객 유치가 경쟁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리테일주특기가 은행장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조용병 내정자를 비롯해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등 1~2년 내 취임한 주요 은행장들의 공통점은 리테일 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우선 조용병 내정자는 과거 성남 미금동 지점장과 서울 강남대기업금융센터장 시절 전국 1위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의 강자'를 우대하는 신한은행의 전통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또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 취임해서도 특유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
이광구 행장은 우리은행 안팎에서 자타공인 '리테일의 황제'로 평가받았다. 은행장 취임 직전까지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맡아 우리은행 사상 최초로 개인고객 2000만명을 달성해 낸 경험이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LG카드(현 신한카드) 사장 출신이었던 박해춘 전 행장이 카드부문 육성을 맡기자 보란듯이 베스트셀러 '우리V카드'를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정 내정자,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사진제공=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이처럼 리테일 주특기 은행장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은행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우선 저성장·저금리 심화로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이 과거 대기업 중심에서 개인·소호(SOHO·개인사업자)로 이동하면서, 리테일 역량이 은행권의 실적을 가늠하는 최대 지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리테일 금융의 강자였던 국민은행이 그간 정·관계에서 불어 온 잇단 '외풍'(外風)과 지배구조 약화로 추락을 거듭해 왔지만, 윤종규 행장 취임 후 차츰 안정을 되찾으며 리테일 영업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한 '자산 15조원 확대'를 내걸었고, 기업은행은 전임 행장 시절부터 조달 비용 감소를 위한 '핵심예금' 확보를 위해 개인영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경쟁사들의 추격 속에 수익력 1위 '수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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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사·재무·전략 분야가 전통적으로 은행 내에서 대우받는 업무였지만 은행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그 동안 비교적 소외받았던 '영업통', 그 중에서도 리테일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