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영맛살 꼈나봐, 누가 잠을쇄 좀…"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5.02.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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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밭다리걸기] 30.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려요②

(나눔체를 사용했습니다)(나눔체를 사용했습니다)


올해 초 '이것보다 심한 맞춤법 아는 사람'이라는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였습니다. 스마트폰 문자 대화창을 떠온 건데요. 사진에서는 "진짜 갈 거야?"라는 물음에 "마마잃은중천공이니 가야지"라는 답신이 왔습니다. 이 답신의 정확한 표현은 물론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입니다. 남자(남아)의 말 한마디(일언)는 천금처럼 무겁다, 곧 약속은 지킨다는 뜻이죠.

위 경우는 좀 특별하지만, 일상에서 들리는 대로 말을 잘못 쓰는 사례는 많습니다.



"큰일이야, 완전 날리났어!" 이 문장에서 '날리(×)'는 난리로 써야 되는데요. 발음은 [날리]로 틀린 말과 같습니다. 난로[날로], 만리포[말리포] 등에서도 보이는 우리말의 현상(자음동화)으로 'ㄹ' 앞에서 'ㄴ'받침 발음이 변했습니다.

역마살은 발음 비슷한 '영맛살(×)'로 쓰이는 사례가 눈에 띕니다. '역마'란 조선시대 역참이라는 주요지점에 있던 말을 뜻하는데요. 지금의 우체국이나 택배업체 집하장(물건이 모이는 곳)의 오토바이나 차량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살'은 액운을 뜻합니다. 곧, 역마살은 분주히 다녀야 하는 사나운 운수를 말합니다.



'횟수'와 '햇수'는 둘 다 맞는 말이지만 혼동해서 쓰일 때가 많습니다. "올해로 입사한 지 횟수(×)로 10년째야"에서 횟수는 햇수로 쓰는 게 정확합니다. 이 문장은 몇 '해'째인지 '수'를 세고 있는 상황이지요.

"나 영맛살 꼈나봐, 누가 잠을쇄 좀…"
모음의 작은 차이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야, 왜 이렇게 말끼(×)를 못 알아들어"에서 말끼는 말귀를 잘못 쓴 건데요. 의외로 종종 보이는 사례입니다. '말'과 '귀'가 더해진 이 말은 '남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뜻합니다.


친구들을 부를 때 쓰는 "애들아(×)는 "얘들아"의 잘못된 표기로 메신저 대화에서 꽤 보입니다. '연애인(×)'은 연예인을 틀리게 쓴 건데요. 공'연' 등을 통해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이 연예인입니다.

얼굴이 붓는 경우에 '얼굴이 부웠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긋다(→그었다), 짓다(→지었다) 등처럼 붓다가 활용되면 '부어'가 맞으므로 여기선 '얼굴이 부었다'고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당황스러운 사례인데요. 신문기사에도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이를 간음(×)할 수 없는 외모"? '간음'이란 부정한 성관계입니다. 당연히 여기선 '가늠'이 맞는데요. 가늠이란 어림잡아 보는 것을 말합니다.

정확한 말을 쓰려면 책 등 정제된 글을 많이 보는 게 좋습니다. 느낌으로만 단어를 쓰지 않고 정확한 뜻을 알려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영어단어가 잘 생각 안 나면 사전을 찾듯이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이나 포털사이트의 사전 등이 무료 이용 가능합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문장에는 다 틀린 낱말이 있습니다. 고쳐주세요~.
1. 잠을쇄 잘 채운 거야?
2. 무릎담요는 뒷자석에 있어요.
3. 순대를 된장에? 새우젖에 찍어 먹어야지.

"나 영맛살 꼈나봐, 누가 잠을쇄 좀…"
정답은 ①잠을쇄→자물쇠, ②뒷자석→뒷좌석, ③새우젖→새우젓입니다. '젓'이란 생선 등을 절여 삭힌 음식을, '젖'은 포유류의 가슴 부위 기관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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