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개발 표류 7년만에 본궤도… 은평뉴타운의 '재평가'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2015.02.0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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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구파발 역세권

지난 1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구파발역 인근 은평롯데몰 공사 현장./사진=박성대지난 1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구파발역 인근 은평롯데몰 공사 현장./사진=박성대


"2013년 여름 알파로스사업 무산 때와는 동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구파발역 인근 상업시설 용지에 처진 펜스를 바라보면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뉴타운 개발도 거의 마무리돼가면서 대형 병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는 게 확정돼 외딴 섬처럼 황량하게 느껴지던 동네가 이제는 그야말로 사람 사는 곳 같습니다." (은평뉴타운 8단지 거주민)

'서울시 뉴타운 1호·서북권 최대 주거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상업시설 미비로 ‘불꺼진 유령단지’라는 오명을 쓴 서울 은평뉴타운이 중심상업지역인 구파발역 일대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업시설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대규모 미분양으로 최초 분양가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이 빠졌던 인근 집값도 차츰 회복세를 보인다.

◇'알파로스 프로젝트' 표류… 7년 만에 본궤도
은평뉴타운은 1만7000여가구, 약 5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서울 최대 신도시형 뉴타운으로 2004년부터 조성이 시작돼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은평뉴타운은 아파트단지 근처에 편의점 세탁소 보습학원 등 최소한의 상가만 조성하고 대규모 상가는 구파발역 주변 중심상업지역에 배치하는 도시계획으로 설계됐다.



중심상업지역은 3호선 구파발역 맞은편으로 5만425㎡ 규모의 특별계획구역에 오피스텔·호텔·대형마트·오피스빌딩·영화관 등이 들어서 은평뉴타운 핵심상업지역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이 조성사업이 이른바 대형건설업체들이 출자사로 참여한 ‘알파로스PF(프로젝트파이낸싱)’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비 1조3000억원 규모의 알파로스 프로젝트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된데다 사업계획 변경안, 차입금 차환·자본금 증자안을 놓고 출자회사간 이견이 생기면서 장기간 표류했다.

사업시행자인 알파로스PFV(프로젝트금융투자)는 SH공사, 건설공제조합,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등의 출자로 설립됐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2008년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자연히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됐고 은평뉴타운 사업주체인 SH공사는 2013년 7월 어음 상환기일에 맞춰 어음을 대신 납부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SH공사는 2013년말 조정안을 마련해 특별계획구역을 3개 블록으로 쪼개 민간에 재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자산개발이 핵심부지로 꼽히는 10-1블록을, 2014년 4월 GS건설이 11블록을 각각 사들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지난해 8월 800개 병상 규모의 가톨릭대병원 건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10월에는 롯데자산개발이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조성을 계획한 10-1블록 ‘롯데몰계획안’도 통과시켜주면서 장기간 표류한 상업지역 조성이 본궤도에 올랐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주변 용지도 잇따라 개발…아파트 매매가 오름세
롯데자산개발은 내년말 준공을 목표로 지난달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대형 상업용지에서 공사가 시작되자 주변 중소형 용지도 움직임이 바빠졌다. 주변 은평뉴타운 상업용지는 크게 11개 블록으로 구획돼 있다. 롯데몰 부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블록은 중소형 규모(400~9240㎡)다.

11개 상업용지 가운데 구파발역 2번 출구 근처의 6블록에만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의 상가가 2013년 준공됐다. GS건설은 11블록에 전용 84㎡로만 이뤄지는 아파트 372가구를 5월 선보일 예정이다.

은평뉴타운에 사는 최모씨는 “알파로스 개발사업은 무산됐지만 민간에 매각해서라도 공사가 진행돼 개발이 이뤄지는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주민들 입장에선 어떤 형태로든 시설물이 빠른 시일 내에 확충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몰 착공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800병상 규모의 가톨릭대 은평병원도 공사에 들어갔다. 지하 5층~지상 16층에 연면적 13만여㎡로 서울 서북권의 최대 규모다. 롯데몰 서쪽으로 길 건너에서 2018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가톨릭대 은평병원과 서쪽으로 거의 맞닿아서는 서울에 흩어져 있는 소방학교, 특수구조단 및 소방재난본부 등을 한 곳에 모으는 소방행정타운이 2018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미뤄졌던 개발이 속속 진행되면서 은평뉴타운의 집값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츰 오르고 있다. 급등하는 전셋값에 은평뉴타운으로 실수요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은평뉴타운 9단지 인근 J개업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이 원래 공기도 좋고 살기 좋은 동네인데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선호하지 않았는데, 최근 중심상업단지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이전보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매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매물은 거의 다 소진되고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요즘은 실수요자 위주로 움직이다보니 입주하려는 분들이 전용 85㎡ 위주로 문의가 많다”고 덧붙였다.

7일 인근개업공인중개업체와 서울부동산정보과장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구파발래미안9단지 전용 85㎡의 경우 지난해 초 4억5000만원에서 8월 4억9000만원, 지난해 말에는 5억1000만원까지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은평뉴타운 2단지 전경./사진=박성대은평뉴타운 2단지 전경./사진=박성대
◇교통문제 해결 시급… 발전 걸림돌로 꼽혀
개발호재 등으로 인해 집값도 오름세를 나타내지만 교통문제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은평뉴타운에서 도심으로 통하는 길은 현재 통일로가 유일하다. 출·퇴근길 도로 정체는 은평뉴타운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발생해왔다.

앞으로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고 인근 일산 삼송·원흥지구가 조성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은평뉴타운은 주변이 쾌적하고 편의시설도 속속 들어서지만 대중교통을 비롯한 교통여건이 여전히 미흡해 발전을 제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민간투자시설사업으로 은평구 통일로 은평소방소 인근에서 자하문로 상명대학교 앞을 연결하는 5.78㎞의 은평새길 조성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정체를 우려하는 종로구와 북한산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이 사업은 수 년 동안 답보 상태다.

구파발역복합환승센터 관계자는 “통일로의 출·퇴근 정체가 심각해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다”며 “월별로 이용자 신청을 받는데 순식간에 마감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종로구 입장에선 관할지역으로 출구가 뚫리니까 많은 통행량이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 통일로 개선방안 등을 포함한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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