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한은, 핵심보직 조사국장에 외부인사 영입..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5.01.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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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장민 박사 한은으로 '귀환'한 배경은?

한국은행이 28일 상반기 정기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2급 이상이 맡게 되는 국·부·실장급 자리에서만 33석이 바뀌고, 112명이 승진, 전직원 약 400명이 순환배치된 대대적인 인사였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은의 핵심 보직 중 하나인 조사국장 자리에 외부 기관 인물이 영입된 점이다. 조사국장은 한은 경제전망을 총괄하는 한은의 가장 핵심적인 자리 중 하나로, 이 자리에 외부 기관 인사가 내정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새로 조사국장을 맡게 된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4학번으로 1990년 한은에 입행했다 퇴사 후 2009년 금융연구원에 들어갔다.

한은에 입사한 경력이 있으니 전혀 새로운 외부인물이라 보기 어려울듯도 하지만, 내부 승진이나 순환보직이 아니란 점에서 이례적임은 분명하다.



장민 실장 내정은 한은 차기 조사국장 '인물난'과 이주열 총재의 신임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장 내정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조사국 과장 및 차장을 역임했는데, 이 때(2003년) 조사국장이 이주열 총재다. 장 내정자는 한은에 재직했을 당시 이 총재를 비롯 소위 한은 '올드보이'들에게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현 조사국장인 신운 국장이 김중수 전 총재 시절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을 하면서, 후임자가 마땅치 않았던 상황도 외부 인사 '수혈'로 이어졌다.


인사 때마다 '발탁'을 자주 했던 김 전 총재는 지난 2012년 당시 조사총괄팀장이던 신운 국장을 입행(1989년)에 비해 매우 빨리 조사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일반적으로 조사국장 전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조사총괄팀장을 밟고, 1급 승진 후 연수나 지역본부를 거쳐 이후 기타 국실장을 역임한 다음 조사국장을 맡는 게 한은의 일반적인 전례였다.

그런데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젊은' 신운 국장이 조사국장으로 승진하자 신 국장 이후 행번에서 차기 조사국장을 찾기에 연령, 경력 등에서 애로가 생겼다. 조사국 경력이 있는 동시에 한은 입행연도, 평판 등에서 조사국장을 맡길만한 인물을 내부에서는 찾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

신 국장은 3년 간 조사국장을 역임했지만 그 동안 한은이 차기 조사국장으로 '키운' 인물도 없었다. 김재천 현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4년간 조사국장을 맡았던 사례를 제외하면, 평균 1년 정도인 조사국장 재임 기간과 비교해 이렇게 긴 시간 조사국장을 맡은 건 드문 경우다.

이번 정기 인사를 앞두고 조사국장 하마평에 오르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은 내부에서도 하마평에 거론되는 차기 국장이 드문 상황을 두고 "이번 인사는 유독 조용하다"는 얘길 해 왔다.

이주열 총재는 '깜짝' 발탁인사 대신 오랜 기간의 경력이나 평판이 반영되는 인사를 하겠다는 맥락에서 '파격인사'를 지양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럼에도 전임 총재의 '파격인사'에 따른 '연쇄 효과'에 이 총재는 취임 후 두번째 정기인사에서 '외부 출신' 조사국장이란 이례적인 사례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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