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은의 핵심 보직 중 하나인 조사국장 자리에 외부 기관 인물이 영입된 점이다. 조사국장은 한은 경제전망을 총괄하는 한은의 가장 핵심적인 자리 중 하나로, 이 자리에 외부 기관 인사가 내정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한은에 입사한 경력이 있으니 전혀 새로운 외부인물이라 보기 어려울듯도 하지만, 내부 승진이나 순환보직이 아니란 점에서 이례적임은 분명하다.
장 내정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조사국 과장 및 차장을 역임했는데, 이 때(2003년) 조사국장이 이주열 총재다. 장 내정자는 한은에 재직했을 당시 이 총재를 비롯 소위 한은 '올드보이'들에게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현 조사국장인 신운 국장이 김중수 전 총재 시절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을 하면서, 후임자가 마땅치 않았던 상황도 외부 인사 '수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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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때마다 '발탁'을 자주 했던 김 전 총재는 지난 2012년 당시 조사총괄팀장이던 신운 국장을 입행(1989년)에 비해 매우 빨리 조사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일반적으로 조사국장 전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조사총괄팀장을 밟고, 1급 승진 후 연수나 지역본부를 거쳐 이후 기타 국실장을 역임한 다음 조사국장을 맡는 게 한은의 일반적인 전례였다.
그런데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젊은' 신운 국장이 조사국장으로 승진하자 신 국장 이후 행번에서 차기 조사국장을 찾기에 연령, 경력 등에서 애로가 생겼다. 조사국 경력이 있는 동시에 한은 입행연도, 평판 등에서 조사국장을 맡길만한 인물을 내부에서는 찾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
신 국장은 3년 간 조사국장을 역임했지만 그 동안 한은이 차기 조사국장으로 '키운' 인물도 없었다. 김재천 현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4년간 조사국장을 맡았던 사례를 제외하면, 평균 1년 정도인 조사국장 재임 기간과 비교해 이렇게 긴 시간 조사국장을 맡은 건 드문 경우다.
이번 정기 인사를 앞두고 조사국장 하마평에 오르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은 내부에서도 하마평에 거론되는 차기 국장이 드문 상황을 두고 "이번 인사는 유독 조용하다"는 얘길 해 왔다.
이주열 총재는 '깜짝' 발탁인사 대신 오랜 기간의 경력이나 평판이 반영되는 인사를 하겠다는 맥락에서 '파격인사'를 지양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럼에도 전임 총재의 '파격인사'에 따른 '연쇄 효과'에 이 총재는 취임 후 두번째 정기인사에서 '외부 출신' 조사국장이란 이례적인 사례를 만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