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2P 대출기업은 '핀테크'↑, 韓 대출기업은 '변종 대부업'↓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5.02.02 06:00
글자크기

'온라인 핀테크' P2P 대출서비스 '주목'…역경매 방식으로 이자율 낮춰 '위험분산' 효과

美 P2P 대출기업은 '핀테크'↑, 韓  대출기업은 '변종 대부업'↓


2010년 12월, 당장 남편의 허리 수술비가 부족한데 신용 등급이 낮아서 돈을 빌릴 곳이 없던 A씨. A씨는 P2P(Peer-to-Peer·개인대개인) 대출 서비스에 사연을 소개하고 상환 설명 계획서를 올렸다. 이 계획서를 본 90여명은 각각 5000원에서 20만원까지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이 가운데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한 투자자 순으로 돈을 빌려 남편 수술비에 보탰다. 그 후 상환일보다 늦게 상환한 달도 있었지만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

이 '대출' 과정은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직접 체험을 위해 기자도 5000원을 대출하고 돌려받았다. 최근 '핀테크'(금융+기술)로 분류된 P2P 대출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을 구제하는 대안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은 지난해 상장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변종 대부업’으로 이미지가 개선될 기회조차 없다. 전문가들은 P2P대출을 핀테크의 한 서비스로 인정하고 이와 관련한 법,제도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끼리 직접 투자하고 돈 갚는 'P2P 대출'=2006년부터 시작된 P2P 대출은 제도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일종의 '대안' 금융으로 시작해, 다양한 갈래로 발전해왔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으로도 불리는 P2P대출은 은행, 증권사 등 기존의 플랫폼(금융회사)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투자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핀테크로 분류된다.



P2P대출 시장에서 대출희망자와 투자자는 직접 대출금과 이자율 등을 조정하고 거래한다. 대출 희망자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일도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다. 중간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P2P대출업체는 양자간 소통을 위한 온라인 공간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P2P대출은 일 대 다(多)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역경매 방식을 통해 이자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가 이자율을 제시하고, 대출 희망자가 신청한 규모의 자금이 모이면 이자율을 낮게 제시한 투자자의 돈부터 빌려가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 분산이 되는 새로운 투자처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새로운 투자 방식, 금융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P2P대출 시장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대출의 사각지대를 투자로 해결하는 것이 P2P대출이라고 보면 된다"며 "투자이기 때문에 손실 위험은 존재하지만, 금융사가 아닌 개인이 직접 리스크(위험)를 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美 렌딩클럽 상장 후 기업가치 1.5배…국내선 '변종대부업'?=해외에서 P2P대출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핀테크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2013년 34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였던 세계 P2P 대출시장이 2025년 1조 달러(약 1095조5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1세대 기업들의 행보도 성공적이다. 세계 최대 P2P플랫폼으로 성장한 미국 렌딩클럽은 지난해 1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56%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상장 당시 54억2000억 달러(약 6조원) 기업가치는 현재 76억2000억 달러(약 8조3000억원)로 2개월여 사이 40% 올랐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영국 기업 조파(Zopa)도 그동안 8만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6억7000만 파운드(약 1조1600억원)가 넘는 대출을 중개하면서 순탄하게 운영 중이다.

국내 시장은 조용하다. 2006년 P2P대출업체 바람이 불면서 설립된 1세대 업체 머니옥션, 팝펀딩과 몇몇 업체들이 운영 중이지만 렌딩클럽 같은 사례는 없다. 국내 P2P대출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국내 P2P대출업체는 '변종 대부업' 딱지만 붙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P2P대출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대부중개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탓에 P2P대출업체들은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시장 활성화 역시 먼 나라 이야기인 상황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