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험생도 정부도 왜 '의대'만 고집하는가?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5.01.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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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험생도 정부도 왜 '의대'만 고집하는가?


"딸아이가 수시모집에서 카이스트 바이오 관련 학과에 붙었는데, 정시에 수도권 의과대학에 추가 합격했습니다. 대체 어디를 선택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올 초 한 모임에서 한 취재원이 기자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기자가 망설이는 사이 이 모임에 참석한 또 다른 비만클리닉 원장이 "당연히 의대에 보내야죠"라고 조언했다.



원장은 "요즘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도 의대를 가고, 기자가 되고 싶어도 의대를 간다. 의사가 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선택의 기회가 이렇게 열려 있는데 망설 일 이유가 있느냐?" 고 반문했다. 그 딸아이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후 실제로 의대로 갔다고 한다.

올해 연세대 의예과 정시모집에 지원한 수능 만점자 15명 중 3명이 탈락해 화제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자연계 수능 만점자 21명 중 15명이나 연세대 의예과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자연계 만점자들도 다른 의과대학에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능만점자 대다수가 실제로 의대를 다닐 것이다.



외국에서도 의대가 인기학과이지만 한국처럼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진 않다. 오히려 최상위권 학생들은 물리학과나 화학과 등 기초과학 학과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에는 물리학과나 전자공학과에 고득점자들이 몰렸지만 이젠 그마저 옛 일이 됐다. 지방의대가 서울대 이공계 학과보다 커트라인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의대' 쏠림은 수험생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은근히 의사 선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 책임자로 전에 없이 의사들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주요 기관장들도 의사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의사 출신 손명세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역시 의사 출신인 성상철 이사장이 임명됐다.

최근에는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 첨단의료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2곳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에 의사들이 연이어 선임됐다. 전임 이사장은 모두 의사 출신이 아니 곳들이다.


의사들이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의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문제다.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한쪽만 살찌는 것이 우리 사회 건강에는 좋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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