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포털 메일 쓰지마"…일선 교사들 '부글부글'

모두다인재 이진호 기자 2015.01.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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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메일 사용 권고하지만 교사들…"용량 부족해"

학교 내에서 포털 사이트 메일에 접속할 때 표시되는 화면. /사진=PC화면 캡쳐학교 내에서 포털 사이트 메일에 접속할 때 표시되는 화면. /사진=PC화면 캡쳐


#서울의 한 사립고에 근무하는 국어교사 김모 씨는 오늘도 집에 돌아와서야 쌓인 이메일에 답장을 보낸다. 근무 학교에서는 기존 포털 사이트의 이메일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 그가 학교에서 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은 주로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의 교내 포털 메일 사용 금지지침에 교사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가 사용을 권고하는 내부메일의 적은 용량과 업무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이를 시대역행적 발상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2013년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육청은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내려보내 네이버, 엠파스, 지메일 등 기성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메일 서비스와 함께 네이트온, 카카오톡 등 인터넷 메신저의 교내 사용을 막았다. 교육청은 대신 시교육청 내부메일(SEN 메일)과 웹메신저(SEN 메신저) 사용을 권고했다. 교사들은 이로 인해 포털 메일을 교내 인터넷 망으로는 확인할 수 없고 스마트폰 핫스팟을 이용해 우회하거나 휴대전화 자체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또한 핫스팟을 통해 연 포털 메일을 인쇄할 경우, 네트워크 프린터와 연결이 되지 않아 메일 내용을 일일이 워드 등에 복사한 후, 다시 랜선을 꼽아 출력해야 한다.



교사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도 포털 메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시교육청이 사용을 권고한 SEN 메일의 용량이 2GB에 불과해 연수, 대외활동, 학생지도 등 업무에 필요한 메일을 주고받기에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용량 파일 전송이 흔한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과 하루에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수 십 통의 메일을 받기에 SEN 메일 시스템은 적합치 못하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사는 "(SEN 메일의 경우) 6개월이 경과된 메일은 자동 삭제 된다"며 "영구보관함으로 이동시키면 된다지만, 이 또한 번거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털 메일은 차곡차곡 메일이 쌓이지 않냐"고 반문하며 "작은 용량(2GB)으로는 파일 몇 개 주고 받으면 끝"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러한 이유로 SEN 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SEN 메일의 용량은 2GB로 기존 포털 메일 용량의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이진호 기자SEN 메일의 용량은 2GB로 기존 포털 메일 용량의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이진호 기자
이에 대해 조성일 시교육청 정보기획운영팀 주무관은 "본래 1GB였던 용량을 2GB로 늘렸다"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별도로 2GB의 웹하드와 단체업무에 필요한 경우 20GB 용량의 팀 웹하드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주무관은 "SEN 메일은 기존 포털 메일에 비해 인증서 로그인 등 보안이 강화된 형태"라며 "선생님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SEN 메일 용량 증설 등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희철 시교육청 정보보호팀 주무관은 "외부 메일과 메신저 사용금지 조치는 내부자의 정보유출보다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악성코드로부터 교사들의 PC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포털 메일(메신저) 사용 금지는 교육청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국가정보원이 마련한 공공기관 정보보안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내부자의 정보유출을 우려하거나 업무수행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결국 페이스북 메신저를 주로 사용한다"며 "정부 3.0, 스마트 교육을 추구한다는 정부가 시대를 역행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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