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펀딩' 500만원 '홀랑'…3번째 창업에서 대박난 이 사람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5.01.26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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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앱스타 2014]중고거래 앱 '셀잇'의 김대현 대표…"안 팔리는 거 없다, 늦게 팔릴 뿐"

김대현 셀잇 대표김대현 셀잇 대표


"3년 전 이른바 '파더(Father) 펀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를 모셔다두고 기업설명회까지 했어요. 회사 지분의 5%를 드리기로 계약서를 썼죠.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방에 살면서 1년간 고군분투했는데 파더펀딩 500만 원은 시원하게 날렸어요. 1년 정도 아버지와 사이가 어색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된 김대현 셀잇 대표는 벌써 3번의 창업경험이 있다. 첫 창업은 대학교 4학년 시절 학교 내 창고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에서였다. 리뷰를 시각화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전체 다운로드 수가 50건 남짓이었다. 그야말로 지인 전용 앱으로 남았다.



김 대표는 "이용자의 니즈가 아니라 내 아이디어로 만들었던 것이 실패의 요인"이라며 "이용자가 이 앱을 써야할 이유조차 알지 못한 것 같다"고 실패의 이유를 설명했다.

2번째 창업은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받은 돈 500만 원을 종자돈 삼아 꽤 큰일을 벌였다. 휴대폰케이스 유통 사업이었는데, 중국에서 케이스를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국내와 미국 쪽에 파는 일을 1년 간 했다. 이 역시 실패였다. 몰랐던 분야에 도전한 것이 실패의 이유라는 결론을 얻었다.



2번째 실패는 패기 넘치는 김 대표에게도 꽤나 큰 상처를 안겨줬다. 친구들은 이미 직장에 자리 잡고 돈을 벌고 있을 시기. 김 대표도 창업을 접고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창업을 다시 하더라도 먼저 회사에 들어가 바짝 돈을 벌어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러던 중 대학교 친구였던 김철우 셀잇 이사를 만나 회포를 풀 기회가 있었다. 김 이사는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김 대표가 자신의 중고전자제품을 팔아준 얘기를 상기시켰다. 마침 그 순간에도 김 대표는 다른 친구의 중고물품을 대신 팔아주고 있었다. 중고거래 경력 10년. 대학 시절에는 친구 자취방에 굴러다니는 전자제품이 있으면 "이거 팔자"라고 설득해온 그였다.

"이거다!" 무릎을 탁 쳤다. 남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나 쉬웠던 일.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그들의 시간을 아껴 주는 것이 자신에게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김 이사도 뜻을 함께했다. 2013년 6월 당장 작업에 착수했다.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첫째라고 판단했다. 기획기간 1개월, 외주개발기간 1개월을 거쳐 단순히 중고거래가 가능한 앱을 일단 시장에 내놓았다. 앱의 성능은 차차 개선하자는 생각이었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광고를 하고 이용자를 조금씩 끌어 모았다. 이 과정에서 직장을 다니던 김 이사도 회사를 나와 셀잇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름을 알린 셀잇은 1년간 빠르게 발전했다. '2주일 동안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셀잇이 대신 사준다'는 선언이 결정적이었다. 평소 '안 팔리는 물건은 없다. 늦게 팔리는 물건이 있을 뿐'이라는 신념을 가진 김 대표는 안 팔리는 물품을 회사에서 대신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에 물건 팔길 꺼리는 이용자도 마음 편히 물건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은 다년간 축적해 온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 대표는 "성능이 떨어지는 오래된 노트북, 철지난 PMP를 내놓으면 누가 사갈지 걱정하지만 고시생이 사고, 군인이 산다"며 "내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누군가 필요해 한다"고 말했다.

셀잇은 지난해 8월 '2014 대한민국 모바일 앱어워드' 8월의 으뜸앱을 수상했다. 다소 이르지만 김 대표는 글로벌 서비스도 곧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싱가포르 직원을 영입해 현재 시장조사와 제반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택배 시설이 국내에 비해 열악하지만 면적이 작아 배송을 직접 담당할 예정. 올해 말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중고거래 앱이지만 고객의 경험은 명품이 돼야 한다"며 "중고거래 시장을 편리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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