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은 맥쿼리의 요청을 받아 내부승인을 거쳐 지난 5일 2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확약서(LOC)를 제공했다. 중국계 투자자인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메가박스 지분 100%를 인수할 경우 매매 목적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인수지분 담보를 전제로 대출비율(LTV) 50% 가량의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메가박스 매각에서는 이 매도자금융 기법이 맥쿼리의 난제를 풀어줄 단초이면서 동시에 2대 주주와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
메가박스는 그러나 맥쿼리에 인수된 이후 영화관 업계에서 CGV나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계열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맥쿼리도 메가박스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매각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롯데시네마 등 잠재 후보군이 기업가치 하락우려를 이유로 의미 있는 가격의 거래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2010년 메가박스 매각에 다시 실패한 맥쿼리는 이듬해 이 회사를 아이에스플러스(ISPLUS, 현 제이콘텐트리)가 운영 중이던 영화관 업체 씨너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매각을 잠시 미루고 당시 11.4% 였던 메가박스의 시장점유율을 씨너스(12.1%)와 합해 23.5%로 올려 업계 1, 2위인 CGV(40%)나 롯데시네마(25%)와 경쟁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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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의 전략은 적중해 합병한 메가박스의 실적은 급증했다. 2010년 14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410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510억원에 달했다. 메가박스와 씨너스 실적의 단순 합계보다 많은 시너지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맥쿼리가 보유했던 메가박스 지분은 합병으로 인해 100%에서 50%-1주로 줄었다. 나머지는 옛 씨너스 소유주인 제이콘텐트리(46.31%)와 전문경영인 여환주(3.11%) 대표 등이 보유하게 됐다. 이로 인해 회사 경영권 지분 매매에 관해서는 2대 주주 등과 주주 간 협약을 지켜야하는 상황이다. 맥쿼리는 합병 당시 향후 매각에 있어 EBITDA 10배 이상의 가격에 메가박스를 사려는 인수자가 나타났을 때만 제이콘텐트리의 지분까지 포함한 동반매각권(Drag along)을 갖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시도된 맥쿼리의 메가박스 매각은 한류바람을 기대한 중국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등장으로 성공 직전에 와 있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메가박스 100% 기준 5700억원의 인수금을 제안해 'EBITDA 10배(5100억원)'라는 동반매각권 발동요건을 만족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중국계 인수자가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투자자라 금융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2대주주인 제이콘텐트리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계약대로라면 제이콘텐트리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경우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제안한 5700억원(50%-1주 기준 약 2850억원)에 맥쿼리의 지분을 사들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수금 부담을 느낀 제이콘텐트리가 EBITDA의 11배 가량인 기준 가격과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자금조달력을 문제 삼고 있다.
현금이 잘 나오는 메가박스를 팔고 싶지 않은 제이콘텐트리 입장에선 우선매수권 발동 가격을 최대한 낮출 명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맥쿼리가 인수자의 편의를 위해 매도자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문제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