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연종합대책에 따라 담배가격이 2000원씩 오른 첫 날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다수의 흡연자들은 담뱃값을 27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리는 가격 인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흡연자 다수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임 점을 고려했을 때 한번에 74%에 달하는 인상폭은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흡연자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걷으면서도 정작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흡연자들은 인상된 담뱃값이 흡연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모씨(31)는 "마땅한 흡연실이 없어 비싼 돈 내고 눈치 보면서 피우고 있다"며 "이는 흡연자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담배를 다량 구매하려는 손님과 상인들 간의 승강이도 계속됐다.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32)는 회사 동료의 담배를 함께 사러왔다 1갑만 판매한다는 점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정씨는 "서로 피우는 담배가 달라 한꺼번에 사러왔는데 나를 사재기꾼으로 몰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가족과 지인들이 금연을 결심하고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15년간 담배를 피운 친형과 함께 지내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집안에서 담배 냄새가 싫어 끊으라고 수차례 얘기해도 안 듣더니 이번엔 작심을 한 듯 금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가격부담에 청소년들의 금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서울 마포구 학원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신모씨(56·여)는 저녁 8시쯤 중·고등학생들이 화장실이나 인근 공터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밝혔다. 신씨는 "괜히 해코지할까 무서워서 말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아이들이 담배를 끊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들도 담뱃값 인상을 반겼다. 주부 이모씨(33·여)는 "흡연한 뒤 7개월된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남편 탓에 고민이 많았다"며 "남편이 새해 금연 약속을 지켜서 아이와도 스킨십도 하고 더 돈독해졌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