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 못하는 게 '내 탓' vs '남의 탓'?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 대학 경영학 조교수 2015.01.02 08:00
글자크기

[미국주식 이야기]<1>'이기면 자기 탓, 지면 남의 탓' 역이용하기

편집자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선진 기법의 존재여부에 큰 관심을 가진다. 그런 기법을 알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한다. 하지만 매년 세계 최대 부자를 거론할 때 항상 포함되는 워렌 버핏의 경우를 보더라도 어떤 마법과 같은 기법이 존재하기 보다는 일관성을 가지고 얼마나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 매수 또는 매도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투자회사 또는 투자자문회사들이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박사급 연구원들을 고용해서 주가예측 모형을 개발하지만 어느 회사도 자기 모델의 정확성을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선진 투자기법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살지 아니면 팔지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은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최근 CNN Money는 장, 솔로몬, 그리고 웨스터필드의 2014년 재무학 연구를 인용,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한가지 큰 실수에 대한 재미난 내용을 다루었다.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처음 주식을 샀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첫 월급을 받고 첫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시간들, 첫 주식을 샀을 때의 흥분, 그리고 매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주가변동을 확인하기 위해서 근무시간에도 모니터나 휴대폰을 들여다 봤던 모습 등이 떠오를 것이다.

첫 주식을 살 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를 기대하고 가격의 변동에 일희일비한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팔아서 당장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오르겠지 하는 마음에 욕심을 과하게 부리다가 매수가격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경험하고, 그러다가 주식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반등할거라고 믿으며 당장 손절매하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 보며 소위 ‘물타기’ 또는 ‘코스트 애버리징 (cost averaging)’을 한다.



하지만 욕심이 과한 건지 첫 주식투자는 "차라리 손절매를 해서 다른 기회를 노려보는 게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만 남긴 채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후 투자할 때에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과욕을 부리다 실패했던 기억 때문에 어느 정도 이익이 나면 서둘러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시킨다.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주식투자에 대한 기억은 손절매가 필요했던 시점에서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주식에 집착을 하는 걸까?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러한 행태를 가리켜 처분효과 (disposition effect)라고 한다.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은 반등(mean reversion)할 거라는 집착, 손실을 보기는 죽어도 싫다는 혐오(loss aversion), 그리고 실패를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 심리 때문에 오래 보유하는 반면, 당장 이득을 보고 있는 주식은 바로 처분함으로써 추가 이익의 기회를 잃는다는 얘기다.

장, 솔로몬, 그리고 웨스터필드의 2014년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투자자들의 처분효과 행태가 투자대상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에 대한 투자일 때와 뮤추얼펀드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 서로 차이가 났다. 즉, 주식의 경우에는 기존의 연구처럼 처분효과를 보이지만(=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을 손절매 안 하고 계속 보유함), 뮤추얼펀드의 경우에는 역처분효과(reverse disposition effect) 행태를 보이는 것(=손해를 보고 있는 뮤추얼펀드를 바로 처분함)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이 직접 매입한 주식은 쉽게 손절매 못하면서도 자신이 가입한 뮤추얼펀드는 상대적으로 쉽게 손절매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투자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위의 연구는 이 차이를 인지부조화이론 (cognitive resonance)에 근거해서 설명한다.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주식의 경우에는 본인이 훌륭한 투자자라고 믿고 있기에 만약 실제 투자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를 거부, 해당주식을 손절매하는 걸 주저한다. 그러나 뮤추얼 펀드의 경우에는 해당펀드를 운용하는 주체 (펀드매니저)가 따로 있기에 실패의 책임을 펀드매니저에게 전가할 수 있어 쉽게 손절매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투자결정을 제3자에게 위임할수록 자신의 실수에 덜 집착하기 쉬움을 암시한다.

우리 옛말에 ‘이기면 자기 탓, 지면 남의 (또는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탓을 하는 보기 좋지 않은 행태를 묘사하는 말이지만 위의 연구결과는 이러한 행태를 잘 역이용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주식투자가 가능하다고 보여준다. 즉, 주식투자에서 손절매같은 최종결정을 자신이 내리기 어려운 경우 전략적으로 남한테 맡기면 처분효과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들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제공=김재훈 교수/사진제공=김재훈 교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