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우수상]시라시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5.0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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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경제신춘문예]염민숙·시

[경제신춘문예 우수상]시라시


초봄이면 한강으로 시라시를 뜨러 갔다
빚보증으로 논밭을 날린 후 어머니는
책값이며 차비가 없어 꾸러 다녔다
어머니가 떠오는 시라시는
식구들 마른 삶에
도랑물을 내었다

시라시를 따라 강의 깊은 데까지 가
등에 업힌 막내와 자맥질도 하였다
눈물자국 같은 물빛이 뜰채에 걸려나왔다
물의 정수리를 오래 들여다본 죄로
햇살에 눈이 멀어
어머니 돌아오는 걸음이 출렁거렸다



어디 먼 바다로부터
제 어미의 길을 되짚어
시라시가 오는 철이다
곁에 감기던 식구들 다 떠나고
어머니 혼자 봄밤을 지새우는 날
얼음장 떠가던 그 밤처럼
무릎 시리게 떠오르는
물빛 기억들

*시라시: '시라시'라고 부르는 작고 가는 실뱀장어. 외국에 양어종자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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