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회외교, 국회의 역할이자 책무다

머니투데이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12.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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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회외교, 국회의 역할이자 책무다


“여름철 휴가기간이나 연말연초에 집중된다” “형식적이며 순방성 위주의 일정이다” “출장 후 뚜렷한 성과가 없다” “결과보고서가 부실하다”

예산안 처리 후 이어지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대한 익숙한 비판들이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은 의회외교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제기되는 문제점은 여전히 속시원하게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의회외교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비판적인 시각에 묻혀서 의회외교활동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나 효과적인 입법활동을 위해서 의회외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공공외교가 중시되고 외교의 영역과 행위자 등이 다양해진 오늘날의 외교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10월 25일 한일의원연맹은 일한의원연맹과의 합동총회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조속히 취해지도록 노력하고, 고노・무라야마 담화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틀 후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아베총리를 만나 과거사문제를 논의하고 고노담화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의회외교를 통해 경색된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의회외교가 수행되어 우리의 경제이익 신장에 기여하였으며,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이라크 방문이 국산 T-50 군용기 수출계약 성사에 일조하는 등 세일즈외교에도 의회외교가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은 종종 대통령 특사로서의 외교 활동도 수행한다. 올해는 인도네시아・칠레 등의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파견되었고, 작년에는 네덜란드 국왕 즉위식・케냐 대통령 취임식 등에 파견되었다. 대통령 특사로는 주로 해당국가와의 의원친선협회 소속 국회의원이 파견되는데, 현재 의원친선협회는 전 세계 108개국과 결성되어 있어 폭넓은 외교활동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2013년 말 철도파업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서유럽 철도정책 조사, 공공기관 민영화 사례 조사 등과 같이 입법정보 수집을 위한 활동사례도 늘어나고 있고, 평창동계올림픽과 여수세계박람회 등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국회의원 대표단이 홍보외교를 펼치는 경우도 많다.


시급하지 않은 해외출장, 목적과 내용이 불분명한 출장, 성과가 미흡한 방문외교, 극히 형식적인 결과보고서 작성, 전문성 결여 등 우리의 의회외교가 개선해 나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국가 외교권의 대부분을 정부가 행사하는 구조 속에서 의회외교가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할 정도로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4년마다 선거를 실시하는 대의 민주주의제도의 속성에 따라서 의회외교의 주된 행위자인 국회의원의 임기 단절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확보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외교현실은 의회외교의 역할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국제문제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점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의회외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의회외교는 단순히 정부외교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외교가 할 수 없는 역할을 의회외교가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의회외교는 공공외교의 대표적인 수단이자 상대국가의 민의에 접근할 수는 주요 통로다. 의회외교는 국민들이 국회에 부여한 중요한 책무다. 따라서 그 책무는 제대로 올바르게 수행되어야 한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외교 분야에서도 진정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여 칭찬받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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