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민연금 블랙리스트, R&D등 위축" 일제히 우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양영권 기자, 김훈남 기자 2014.12.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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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확대할 여력 없어, R&D 위축 우려… 전문가, 산업구조 다른 해외와 단순 비교 곤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이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재계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배당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배당을 확대할 경우 연구개발(R&D)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요기업 상당수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경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국민연금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9일 공포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더라도 경영참여목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 A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배당을 비슷하게 유지할 때가 많았다"며 "이처럼 리스트 만들어 공개한다고 하면 개미 투자자들은 좋아하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B대기업 관계자는 "상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현금흐름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게 되면 R&D와 시설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를 뺀 배당지급의 여력)은 국내 상위 10대 기업을 제외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매년 마이너스 상태다.

또 올해 상위 10대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작년보다 잉여현금흐름이 낮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연기금을 통한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정순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열린 '배당정책 관련 연기금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에서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들의 배당 수준을 해외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타지 않는 제품 위주의 산업은 이익의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성향도 높지만 세계 경기에 민감한 우리 산업구조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수준이 높은 금융주,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 비중이 27%인데 비해 배당수준이 낮은 IT, 경기소비재, 산업재의 비중은 약 56%에 이르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이 비중이 각각 36%와 28%로 배당수준이 높은 업종에 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같은 정책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연기금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민간기업의 공기업화나 관치경제의 심화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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