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 공개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4.12.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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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제정책방향]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해 주식 '제값' 받는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앞으로는 국민연금공단 등 공적 연기금이, 배당금을 적게 배당하는 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한다.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 국내기업들이 주식에 ‘제값’을 매기게 하기 위해서다.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 경제정책방향'에는 국민연금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9일 공포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더라도 경영참여목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연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제약요인이 해소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1단계는 주주관여 및 기업과의 대화다. 공적 연기금은 투자기업의 경영진, 이사진 등과 수시 의사소통을 통해 적정배당을 유도한다. ‘과소배당 판단기준’에 따라 저배당 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대상이다.

과소배당 판단기준은 기업의 △이익규모 △재무상황 △투자기회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기준을 정할 때 자사주 매입(소각)분에 대해서는 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인정한다. 이 부분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1단계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들 중 공적 연기금과의 대화를 거부하거나 개선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은 비공개 중점감시기업(focus list)로 지정된다. 주주권 행사 방안의 2단계다. 공적 연기금은 이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를 지속한다.

비공개 중점감시기업 중 대화를 거부하거나 개선가능성이 낮은 기업들은 ‘블랙리스트’, 공개 중점감시기업으로 지정된다. 공개적인 집중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저배당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히게 되는 부담을 갖게 된다.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의 배경에는 국내기업의 과소배당 성향이 있다. 정부는 국내기업의 과소배당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은 외국 주식시장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은 1.2%로 영국(3.6%), 프랑스(3.1%), 미국(1.9%), 일본(1.6%)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배당성향도 18.8%로 영국(53.6%), 일본(49.3%)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7.7%), 현대차(7.6%), SK하이닉스(9.3%) 등 260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도 만도(13.4%), SBS(13.1%), 삼성물산(13.0%) 등 46개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이 기업들의 배당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오는 2월 국민연금 배당관련 추진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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