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항공사 감독인력, 대한항공 대학재단 출신 '3분의 1'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4.12.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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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항공사 감독부서 공무원 27명 중 9명, 항공정책실 170명 중 46명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상무 여 모 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여 상무는 이번 사건 핵심인물인 박창진 사무장이 지난 8일 국토부 조사를 받을 때 함께 자리했고, 박 사무장이 회사 요구로 시말서를 작성할 때 문구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사진=뉴스1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상무 여 모 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여 상무는 이번 사건 핵심인물인 박창진 사무장이 지난 8일 국토부 조사를 받을 때 함께 자리했고, 박 사무장이 회사 요구로 시말서를 작성할 때 문구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사진=뉴스1


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내 관련부서 직원 상당수가 대한항공의 학교재단인 정석인하학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석인하학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실상 실세로 활동한 곳이어서 '땅콩 리턴' 사건 관련 국토부 조사에 영향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2일 국토부에 요청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정책실 소속 직원 170명 중 정석인하학원이 운영하는 대학 출신 공무원은 항공대 41명, 인하대 4명, 인하전문대 1명 등 46명이다. 이는 항공정책실 내 27% 수준이다.



특히 항공사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부서의 전문임기제 공무원 중 3분의 1이 이 학교재단 출신이다. 운항안전과와 항공자격과에 각각 16명과 11명 등 27명의 전문임기재 공무원이 재직 중인데 항공대와 인하대 출신 공무원은 각각 7명과 2명 등 9명으로 나타났다.

운항안전과는 각 항공사의 항공안전감독 관리와 항공사고를 조사하는 부서이며, 항공자격과는 조종사 및 항공기 운항자격심사. 항공안전공무원 교육훈련 등이 주요 업무다.



이들 부서에 대한항공 학교재단 출신이 상당히 포진하고 있어 이번 사건 조사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항공정책에서 대한항공의 압력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신 의원 측의 주장이다.

정석인하학원은 항공대와 인하대 학교법인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직을 사퇴하면서도 이곳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앞서 '땅콩 리턴' 사건을 조사했던 국토부는 부실한 조사 보고서가 드러나면서 '칼피아(KAL+마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무장의 하기를 지시했다"고 진술했음에도, 박창진 사무장은 "(조 부사장의)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란 말을 하기란 뜻으로 이해했다"고 명시돼 있다. 박 사무장의 "외압에 의한 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이전에도 국토부가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19분간 대한항공 임원을 배석시키면서 조사를 성실히 진행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조사단 6명 중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고, 전체 항공안전감독관 17명 중 15명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등 국토부 내 대한항공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속속 드러났다.

신 의원은 "대한항공 장학생들이 정부의 항공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폐쇄적 유착관계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승환 국투부 장관은 항공분야 전문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무기력한 입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칼피아 고리를 끊고 공정한 항공정책을 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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