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노사정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회의는 '각론까지 담은 합의안'을 원한 정부와 '큰 틀의 합의가 담긴 논의개시 선언'을 원한 노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타협에 실패했다. 노측으로서는 법에 명시된 정규직 고용조건을 손보고자 하는 정부의 방침을 당장 허용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대책 발표를 코앞에 두고 두루뭉술한 '논의개시' 정도로는 명분을 충족할 수 없었다.
◇'각론 vs 큰틀 합의' 이견이 대타협 발목=연내 합의 불발 시 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오늘 상당한 난상토론과 진통을 겪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합의문안에 대해 대체로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몇 가지 사안에서 이견을 보였으며 노사정 대표자 회동을 통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측의 입장에서 이런 합의안 채택은 비정규직 정국의 주도권을 송두리채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각론에까지 합의해버리면 이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조율할 명분이 없다. 특히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조합원 숫자가 민주노총에 비해 적다. 노동자 대표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험적 양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측은 이를 감안해 노동시장 전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노정이 논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의 안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연내 비정규직 대책 발표를 공언한 터다.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대책을 내놨어야 하지만 되려 해를 넘길 가능성만 커졌다. 이 시점에 두루뭉술한 '논의개시' 선언은 비정규직 대책을 기운차게 끌어갈 동력이 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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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예정대로 추진", 노측 "강행은 독재정권 자인"=타협엔 실패했지만 정부 의지는 강하다. 합의가 없더라도 정규직 종합대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측이 극렬하게 반발할 것이 뻔하다. 연말까지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노측은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사정위 주체인 한노총 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에도 예민하게 관련된 문제다. 강훈중 한노총 대변인은 "법에 정해진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며 정부 스스로 독재정권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5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평균 연봉이 3800만원에 불과한데 정부가 이들에 대한 처우를 악화시킨다면 상위 5% 부자들만 더 누리게 되는 또 다른 양극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