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첨단 세상에 유령 같은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지구상에 과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그 나라의 국민들 중 48%가 유령의 존재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령.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유령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존재의 여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무지에서 오는 공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영혼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었던 기괴한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하면서 사후세계나 유령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작업도 시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의 던컨 맥두걸(Ducan Macdougal) 박사가 시도한 '영혼의 무게'에 대한 실험과 연구다.
던컨 맥두걸 박사는 1907년 한 과학저널에 영혼이 물리적인 물질이란 것을 증명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임종이 가까운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이 죽을 때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 이는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는 물론 많은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도 했던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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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두걸 박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사람들은 그 질량의 차이가 체내에 있던 수분이나 공기들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설명했지만, 그는 수분과 공기를 모두 계산해도 21g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를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했지만 개에게서는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맥두걸 박사의 연구는 여러 학회지에 실리면서 한 때 떠들썩했지만 인체의 전체 질량에 비해 21g은 극히 적은 양이며 오차에 의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들로 결국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서양의 심령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2003년에는 '21그램'이란 제목의 영화로 까지 제작됐다. 또한 조금씩 학문적 체계를 갖추면서, 초능력을 탐구하는 초심리학(Parapsychology)으로 까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뇌로 전달된 신호 왜곡이 공포심 유발
유령.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런 의문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계도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험 과정의 개요도(출처: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 EPFL)
유명 산악인들은 육체적인 건강 외에 정신력도 일반인들 보다 훨씬 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험난한 등반 과정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스너 외에도 여러 산악인들이 등반 과정에서 유령을 접한 경험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스위스 로잔공과대의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유사한 체험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뇌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닌가하고 추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유령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착수했다. 방식은 이렇다. 신체 감각을 인위적으로 조절시키는 로봇으로 뇌 신호를 흐트러뜨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유령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 평소에 유령을 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이들의 두 눈은 완전히 가린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어서 연구진은 손과 등, 그리고 허리 부위를 자극하는 용도의 두 로봇을 각각 실험참가자의 앞뒤로 배치한 뒤, 진동을 가해 느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다.
이후 나타난 결과는 흥미로웠다. 실험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참가자들 대부분이 "이 방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거나 "제 3의 존재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외쳤다. 심지어 참가자 중 두 명은 너무 무섭기 때문에 실험을 당장 중지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로봇이 전하는 빠른 진동만으로, 실험실에서 유령을 탄생시키는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로잔공과대의 올라프 블랑케(Olaf Blanke) 교수는 "해당 실험은 제 3의 존재를 인지하도록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유도한 첫 사례"라며 "유령의 존재란 결국 뇌 감각 신호간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현상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람들이 보았다는 귀신이나 유령이 산악인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겪는 환영과 유사한 것으로 본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들이 '뇌의 신호왜곡'과 공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란, 뇌로 정보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신호의 왜곡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실험 참가자의 모습(출처: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 EPFL)
이상으로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인공적인 유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가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뇌의 착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쓸데없는 공포에서 벗어나자는 취지가 더 강하다. 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유령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체를 규명하고자 도전하는 과학적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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