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 과학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분주히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어린이집도 운이 나쁘면 대기순번을 한참동안 기다려야 한다. 취학아동을 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는 '학원 뺑뺑이'를 선택한다. 예체능 사교육 1~2개, 교과 관련 사교육 2~3개 과목 정도 듣게 하면 퇴근 시간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워킹맘·워킹파파'에겐 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가 부럽게 느껴질 것이다.
"줄을 서시오" 안내방송과 함께 40분 가량을 기다려 입장권을 겨우 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세계 10대 과학 전시관이자 해외 관람객들에게 대표적인 관광명소라는 명성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방한한 팃멩림 싱가포르과학센터장은 "각종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교육부로부터 요청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13~15세 학생들을 위한 응용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위탁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과학 수업과 과학관 프로그램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과학관은 주로 체험 위주의 심화 학습 과정을 맡아 진행하는 정규교과의 '보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센터 내에서 교육중인 학생들/사진=류준영 기자
이어 그는 "이곳 교육 프로그램은 정부와 싱가포르 국립 국방과학연구소(DSO), 정보통신개발청(IDA), 엔지니어연구소(IES)를 비롯해 각종 고등교욱기관이 정기적으로 공동작업을 통해 만든다"며 믿고 신청하라고 권했다.
비전문가들이 과학관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경쟁입찰제로 비교적 싼 가격을 제시한 아마추어 전시전문 용업업체가 과학관 운영과 전시장 코디를 맡는 우리나라 상황과 달리, 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 운영은 매우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비쳐졌다.
2만㎡ 전시공간에 각 테마별로 나눠진 A~G 전시장은 구불구불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2~3층에는 '무한상상실'과 같은 실험실습 공간인 '스페셜 랩'이 마련돼 있었다. 과학·수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테마 학습관으로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왓슨(Watson) DNA 학습연구소(Learning Lab)/사진=류준영 기자
그밖에 △로봇학 △ICT(정보통신기술)와 프로그래밍 △식품·환경·재료과학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등 최근 과학이슈를 중심으로 한 테마별 프로그램들이 다수 운영됐다.
이곳 생명관은 올초 리모델링 됐다. 하나의 침대와 디스플레이가 얼굴인 5개의 마네킹이 보였다. 버튼을 누르자 진단부터 치료까지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들이 연출됐다. 세월에 따라 인간의 몸무게와 키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좌표와 남녀의 아름다움을 측정해 보는 장치 등은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최고시속 40km로 날아오는 태풍을 체험할 수 있는 밀폐된 튜브 모양의 체험관과 도심형 식물공장 등의 체험거리도 눈길을 뺏기에 충분했다.
센터에서 만난 초등생 두 자녀를 둔 한 직장맘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때 너무 늦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이가 오히려 학습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는 "정시 개폐관이 아니라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며 "싱가포르 맞벌이 부부들은 키즈스톱 1년 회원권을 끊어 이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