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고객이 호갱이 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4.11.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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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고객이 호갱이 되는 이유


"저희는 한국 실정에 맞게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판매가격을 한국에서만 비싸게 받는다는 논란에 대해 이케아코리아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에 한국 1호 매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상품 가격을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 즉각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이케아가 한국 고객을 '호갱'(어수룩해 이용해먹기 좋은 소비자를 지칭하는 인터넷 조어)으로 본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케아는 즉각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케아의 입장은 한 가지다. 국가별로 가격을 책정하는 원칙이 다르고, 이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는 것이다. 한국 판매가격이 더 싼 제품도 있고, 본사가 합당한 원칙에 따라 가격을 결정했는데, 왜 비싼 제품만 갖고 문제를 삼는지 한국 고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국 로스터리카페 스텀타운의 맷 라운즈베리 부사장은 한국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점심 한 끼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에 순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라별로 독특한 커피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차가 있을 순 있다"고 말했지만 놀란 표정은 여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2달러 안팎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한국에서는 5달러까지 오른다. 한국 커피가격이 미국보다 2배 높다는 것은 미국 소비자인 그에게는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



'호갱' 논란이 일 때마다 기업들이 내놓는 답변은 한결 같다. "한국 사정을 감안해 최적의 가격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유독 한국에서만 그 가격이 부풀려지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이케아와 스타벅스가 자신 있게 한국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이런 가격으로도 소비자들이 찾아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실제 이케아의 2배나 비싼 소파마저 국내 유명 가구 브랜드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스타벅스도 국내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가격대가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 결정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에게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명 브랜드 제품이 다르지 않겠냐'거나 '비싼 게 좋은 거다'는 식의 막연한 소비를 고수한다면 한국 고객들은 영원히 '호갱'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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