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일본 완성차 업체 직원이 풀어놓은 '푸념'이다. 요즘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는 '엔저 현상'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엔저 효과'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 일본차들의 승승장구가 연일 화제다.
하지만 일본차 한국법인 관계자들은 '환율'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이어진 '엔고(엔화강세) 트라우마'가 아직 씻겨 지지 않아서다.
원/엔 환율은 2007년 700~8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엔화 가치가 올랐고 2009년 초엔 16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계속된 엔고로 일본차 한국법인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일본공장에서 생산된 차를 엔화로 결제해 들여오다 보니 수입가격이 급상승한 탓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차 한국법인은 '엔저 수혜'의 영향권 밖에서 속만 끓이고 있다. 이전 같으면 엔화 약세로 얻은 가격경쟁력이 판매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과거 '엔고 파고'를 넘고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행한 공급 다변화와 결제통화 변경이 되레 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토요타의 경우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판매하는 대다수 차종을 미국 공장에서 들여온다. 혼다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토요타처럼 미국에서 생산된 차를 달러로 사서 한국시장에서 파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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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 역시 일본 내 생산차량이 있지만 미국과 영국 공장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결제통화도 원화로 바꿨다. "엔저는 남의 일"(일본 완성차 업계 관계자)이란 푸념이 나올 만하다.
다시 일본 내 생산 차량을 들여와 팔거나 결제통화를 엔화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차 관계자는 "소싱(공급) 정책 변경에는 수년이 걸리고 앞으로 엔저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판매 부진을 극복하고 옛 명성을 회복하려면 환율 외에 다른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차 한국법인 입장에선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