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도 불사"… 11만 공무원 뿔났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4.11.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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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서 11만 공무원 대규모 집회 "합의체 구성·공적연금 강화" 한 목소리

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집회가 전국 11만명의 공무원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남형도 기자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집회가 전국 11만명의 공무원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남형도 기자


지난 9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추진된 이래 처음으로 공무원들이 한데 모여 연금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당정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50여개로 단체에서 온 전국 공무원들은 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인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집회에 모인 공무원이 약 11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서울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공무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사전 대회는 연이은 공무원들의 집결로 예정보다 늦어져 2시부터 시작됐다. 사전 대회에서는 재직·퇴직 공무원들의 자유발언과 준비된 공연 등이 진행됐다.



자유발언을 통해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자 현장에 모인 공무원들은 동조의 환호성을 질렀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공무원이 됐다는 한 재직 공무원은 "박봉에도 사명감으로 버텼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며 "왜 공무원을 도둑 취급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퇴직 공무원도 무대 위에 올라 "공무원을 퇴직한 지 20년 만에 빨간 띠를 다시 둘렀다"며 "공무원연금은 후불 임금과 퇴직금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공권력을 이용해 삭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집회가 전국 11만명의 공무원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남형도 기자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집회가 전국 11만명의 공무원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남형도 기자
2시50분부터 이어진 본 대회에선 교원노총과 공무원 노조 등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김명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연금대책특별위원장은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며 "연금을 연금답게 지켜내겠다"고 전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노후에 우리 공무원들이 살아야 내수가 살고 경제가 돌아간다"며 "연금 민영화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조진호 전국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복지 빼고 재정 안정화에만 치중하는 것을 비판한다"며 "전 국민에게 진실되게 알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 찬반투표와 총파업에 대해 참여하겠냐고 사회자가 묻자 현장의 공무원들이 함성으로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공무원들도 일방적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한다며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재직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세종시 공무원 유 모씨는 "가장 답답한 건 국민연금과 똑같은 취급을 받으며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겸직 금지 등 제한도 많고 박봉에 시달리고 있어 연금이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합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비판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한다는 공무원 최 모씨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이해도 없는 새누리당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당사자인 공무원을 참여시켜 장시간 동안 천천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은 노후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 모씨는 "아이 낳은 후 맞벌이를 해도 저축액이 거의 없을 만큼 생활에 시달리는데 국민연금과 똑같이 만들면 어떻게 노후 대비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날 집회를 기점으로 공무원 노조는 국회 및 정부가 마련하는 토론회 등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조진호 전국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형식적인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향후 새정치민주연합 등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토론회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새누리당과 정부의 태도에 따라 강경수단을 사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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