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출, 금융위기 후 최대 폭 감소 '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4.10.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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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줄며 제조업 생산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감소'

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는듯 했던 수출이 지난분기 들어 금융위기 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 여파에 제조업 생산이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뒷걸음질 했다.

특히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수출은 통관기준 수출 회복세에 비해 부진했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는 평가다. 통관 수출엔 포함되지 않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 등이 감소한 탓이다. 중계무역과 가공무역 감소는 주로 해외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수출 부진 때문으로 파악된다. 국가별로는 대 중국 수출이 부진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분기대비 2.6% 줄며 2008년 4분기 -4.3% 이후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작년 3분기(-1.1%) 이후 1년 만이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크게 줄면서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1%p로 전분기(0.4%p)에서 크게 떨어졌다. 수출이 위축되면서 제조업 생산은 0.9% 감소,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관세청이 집계한 통관기준 수출은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2%, 3분기 3.9% 성장했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분기 수출 감소는 가공무역, 중계무역 감소 등 해외생산 위축 영향"이라며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상당부문이 중간재, 반도체, LCD 등을 가공무역 형태로 수출하는 것인데 이 부분의 수출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경쟁 격화...삼성전자 실적 악화 수출에도 영향

지난분기의 경우 스마트폰 처럼 해외생산 후 중계무역 형태로 판매되는 제품의 수출이 감소, 통관 기준보다 수출이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은 주로 해외법인에서 생산된 뒤 국내 본사가 판매망을 이용해 전세계에 파는 중계무역 형태로 수출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부가가치 100만큼의 스마트폰을 만들면 삼성전자 본사가 판매망을 통해 이 스마트폰을 130에 판다. 이 중 30이 중계무역순수출로 계상된다. 그런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몇 년 간 급증하던 중계무역순수출도 성장세가 정체됐다.


정 국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가품군에선 애플과, 저가품에선 샤오미 등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된 부분들이 수출 감소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0% 정도 줄어든 4조1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책임져온 모바일 부문이 부진해진 여파다.

또 엔저와 파업 영향 등에 자동차 수출이 위축된 점도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연결됐다. 현대·기아차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8.1% 줄었다고 발표했다. 환율 하락, 파업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이다. 현대차의 3분기 국내생산 수출물량이 23만2433대로 작년 3분기보다 6.8% 감소했다.

◇中 경기둔화, 가공무역 감소...차이나 리스크 현실화하나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중국 중간재 수입 수요 둔화 등으로 가공무역이 감소 한 점도 수출을 위축 시킨것으로 파악된다.

가공무역이란 국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전공정을, 중국 등 해외에서 조립이나 검사 등 부가가치가 낮은 후공정을 해 완제품을 만든 뒤 수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 때 전공정은 국내에서, 후공정은 중국 등 해외에서 한 뒤 판매 하는 형태로 수출이 이뤄졌다. 주로 반도체, LCD, 의류 등이 가공무역으로 생산돼 왔다.

그런데 중국이 2000년대 들어 가공무역을 규제 하는 추세다. 자국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공정만 이뤄지는 가공무역 대신 전체 공정을 다 중국에서 해 자국 내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중국 당국은 2004년 화학비료 등 341개 품목을 가공무역 금지품목으로 발표한 후 거의 매해 금지품목을 추가 해 왔다. 이에 중국 전체 수출입 중 가공무역의 비중은 올해 1~7월 중 31.5%로, 2000년 48.5%, 2010년 38.9%, 지난해 32.7%에서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며 대중 수출 자체가 줄었다. 2000~2008년 연평균 10.6%로 성장했던 중국 경제 성장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8.8%로 둔화됐고, 올해 3분기엔 5년 반 내 최저인 7.3%로 떨어졌다. 또 중국 산업이 고도화디ㅗ고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줄며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배경 속에 2000~2008년 국내 총수출에 대한 대 중국 수출의 기여도는 평균 3.9%포인트(p)에서 금융위기 이후 2009~2013년 평균 2.6%p로 떨어졌고, 올해(~9월) 들어서는 -0.2%p로 마이너스 전환하며 총 수출을 오히려 끌어내렸다. 이는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금융위기 전 연평균 22.1%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13.9%로 둔화됐고, 올해엔 마이너스(-)0.7%로 감소한 영향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대중국 수출이 국내 총수출에 미치는 기여도가 급격히 축소됐다"며 "이는 중국 성장률 둔화의 영향이 크고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중국이 고부가 가치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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