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낮은 2세 지분…계열사 키우기에 집중해야"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4.10.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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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개편 어디로]<17편>신세계그룹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신세계그룹은 올해 4월 기준 자산총액 25조2000억원으로 민간 재계서열 13위에 해당한다. 고 이병철 회장의 3남5녀 중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991년에 경영권을 이어받아 삼성그룹에서 분리했다.

백화점으로 시작한 신세계그룹은 1993년에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하며 유통업계의 강자로 발돋음했다.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의류 제조·판매 수출입사업, 부동산 및 여객터미널업, 관광호텔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가 없어 단순하다. 2011년에 회사를 백화점 사업부문인 신세계와 대형마트 사업부문인 이마트로 인적분할하고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 사업부문별로 계열회사를 지배하도록 했다.

따라서 증권가에서 신세계그룹에 관심을 두는 부분은 지배구조 개편이 아니라 실적개선과 지분 승계 문제다. 기업분할 후 지지부진했던 실적과 주가는 계열사간 합병 등의 이슈가 나오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은 광주신세계 주가가 오르자 지분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낮은 2세 지분…승계는 언제쯤=신세계그룹은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지만 향후 경영권을 물려받을 정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남매의 지분이 너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7.3%씩 보유하고 있고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각각 9.84%(정용진 7.32%, 정유경 2.52%)씩 들고있다.

정 부회장 남매가 현재 지분율로 이 회장의 지분 17.3%을 물려받고 주식으로 50% 상속세를 낸다고 가정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현재 27.4%에서 18%대로 줄어든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에는 지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상속세를 현금으로 지불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8일 종가기준 이 회장의 보유 중인 주식가치 1조3954억원의 50%인 약 7000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계열사 규모를 키운 뒤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거나 규모를 키운 계열사를 신세계나 이마트 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와 합병해 2세 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분 승계를 위한 계열사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52.08%)로 있는 광주신세계가 주목 받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광주신세계를 백화점 부문의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키운 후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신세계와 합병해 정 부회장이 가진 광주신세계의 지분이 신세계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또 계열사를 키운 뒤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은 기업 분할 이후 백화점 부문의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약화됐다"며 "기업 분할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과 지주사 전환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주사 전환 카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각각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눈 뒤 2개 지주 부문을 합병해 새로운 지주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주사가 사업회사와 지분거래를 할 때 양도세나 법인세에 과세 특례를 적용 받는 조세특례제한법은 내년까지만 유효해 지주사를 설립하려면 내년에 추진해야 한다.

◇10년 31.4조 투자…승부수 통할까?=신세계그룹은 올초 2023년까지 31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인 '비전(VISON) 2023'을 발표했다. 기존의 이마트와 신세계가 가진 플랫폼을 확장하고 컨텐츠 경쟁력을 높인다는게 이번 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비식품부문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식품부문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최대 수혜 계열사로 전망된다. 신세계푸드는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인 '위드미'에 식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달 18일에는 제과업 자회사인 신세계SVN과 합병을 결정했다. 이 합병 결정으로 신세계푸드는 매출 1조원 규모의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합병 공시가 난 직후 8만6000원이었던 신세계푸드의 주가는 이날 11만5500원으로 34.3% 올랐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가 제빵 부문의 제조기술과 브랜드를 보유하게 되면 올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35%, 48%, 32% 증가하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내년 기준으로 순이익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세계푸드 신주 발행이 약 13%임을 감안할 때 이번 합병은 매력적인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를 늘리려는 신규투자 계획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7.78% 오른 상태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계획된 투자금액으로 미뤄 볼 때 약 25~30개의 쇼핑몰(백화점·복합몰·아울렛) 출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룹내에 의류 및 생활용품을 공급하고 있어 그룹망 확대에 따른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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