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원/달러 50원 오를 때 주식 1.4조 팔았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4.10.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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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눈이 외환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과 거시경제지표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지만, 최근 환율이 주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외국인들이 연일 주식을 대량으로 파는 등 '셀(sell) 코리아' 조짐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2일 본지가 원/달러 환율 흐름이 최근과 유사했던 최근 4년간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환율이 약 50원 오를 때 외국인들은 평균 1조4000억원(코스피 기준)의 주식을 팔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정된 2010년1월부터 올해까지 원/달러 환율이 바닥권에서 빠른 반등세를 보인 것은 총 4번이었다.



이 기간 환율 상승폭과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을 보면 △2010년4월30일~5월7일(47.0원, 1조7913억원) △2011년9월1일~9월15일(55.1원, 2조838억원) △2013년1월11일~3월14일(54.3원, 7041억원) △2014년 9월1일~10월1일(48.7원, 1조7913억원) 등이었다.

평균 원/달러 환율상승폭은 51.28원이었고, 평균 매도액은 1조4432억원이었다. 그렇다면 환율이 하락했을 때는 어땠을까. 이 경우에는 외국인 매수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3월초~12월말이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570.30원에서 1164.50원으로 25% 이상 하락했고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총 31조128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환율로만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순한 환율변수로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후 "다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환율변동과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연관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의 경우 7월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먼저 상품시장이 약세를 보인 후, 증시로 여파가 확산됐다"며 "증시에서는 기업들의 실적악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누적 순매수와 원달러 상관계수는 -77%로 강한 역의 관계가 있다"며 "이를 감안할 경우 9월 원달러 상승률 2.8% 대비 매도 규모는 여전히 낮고 환율 또한 되돌림 가능성 낮아 단기간 외국인이 매수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종료를 앞두고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증시에 부담감이 생긴다는 얘기고, 이들의 자금이탈이 최근 증시약세의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 상승속도가 다소 둔화되면서 외국인 매물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연말 배당투자를 위한 자금유입이 이뤄지고, 4분기 실적개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구 NH농협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차익실현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들이 이머징 시장을 버리지 않을 것 같고 환율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분기 어닝시즌 초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 증시약세 요인이 되겠지만 (조정폭이 컸던 만큼)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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