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정년'까지 버는 돈, 민간보다 5억 많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배소진, 이현수 기자, 이대호 인턴 기자 2014.09.2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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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위기'의 대한민국 공무원 ①]정년 길어 소득도 많아···민간처럼 53세 퇴직땐 공무원이 5억원 적어

편집자주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가 '삼재'(三災)를 맞았다. 그동안 공직사회를 떠받쳐왔던 3가지 보상 기제인 '공무원연금' '민간진출' '명예'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공직 개혁의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공무원은 국가가 수십년에 걸쳐 키운 사회적 자산이다. 공직사회가 뿌리채 흔들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이 흔들린다는 말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위기의 대한민국 공무원' 탐사리포트를 통해 공직사회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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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들끓던 공무원사회에 기름을 끼얹었다. 22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연금학회 주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마저 분노한 공무원들의 집단행동 끝에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 설문조사 하기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주된 논리는 "연금은 박봉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정말 공무원들은 퇴직 전까지 민간기업 직원에 비해 적게 받을까?



한 대졸 남성이 군 제대 후 29세에 7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60세 정년까지 일하는 경우와 평범한 민간기업에 들어가 평균 퇴직연령인 53세까지 근속하는 경우를 가정해 퇴직 전 총소득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정년이 월등히 긴 공무원들이 퇴직 전까지 연봉으로 받는 소득이 민간기업 직원이 버는 돈 보다 5억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받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까지 고려하면 생애 전체 소득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민간기업 직원들의 평균 퇴직연령인 53세에 직장을 그만둔다고 가정하면 공무원의 퇴직 전 소득이 오히려 5억원 정도 적었다.


◇민간인 퇴직 후 공무원은 10억 더 벌어

머니투데이 정책전문 정치뉴스 '더300'(the300)이 24일 정부의 '2013년 일반직 공무원 봉급표'와 각종 공무원 수당 규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13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29세에 7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군필 남성(3호봉)이 6급 승진 후 60세 퇴직 때까지 32년 간 근속하며 받게 될 기본급과 상여금, 각종 수당은 총 29억3493만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 남성이 같은 시기에 평범한 100인 이상 민간기업에 대졸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부장으로 승진한 뒤 53세에 퇴직할 때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총 연봉은 23억8575만원에 그쳤다. 6∼7급 공무원이 민간기업 직원에 비해 퇴직 전까지 5억4918만원 더 많이 받는 셈이다.

일반 기업들이 통상 정년으로 정하고 있는 55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총 28억875만원을 번다. 60세까지 일 하고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에 비해 1억2618만원 적게 받는 셈이다.

만약 공무원이 보통의 민간기업 직원처럼 53세에 은퇴한다면 퇴직 전 총소득은 18억9678만원으로 줄어 오히려 민간기업 직원보다 4억8897만원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공무원은 민간기업 직원보다 매년 적게 벌면서도 더 오래 일함으로써 퇴직 전에 더 많은 총소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분석에 따르면 공무원은 민간기업 직원이 퇴직하는 53세 이후에도 60세까지 7년 간 무려 10억3815만원의 추가 소득을 올리며 57세 때 누적소득에서 민간기업 직원을 추월한다.

7급 공무원 '정년'까지 버는 돈, 민간보다 5억 많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현재가치'는 5000만원 차이

공무원과 민간기업 직원의 퇴직 전 총소득을 법정이율인 5%로 할인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각각 11억7954만원, 11억2939만원이었다. 현재가치의 차이는 5015만원에 불과했다. 현재가치의 차이가 작은 것은 공무원이 민간에 비해 초과소득을 올리는 시점이 53세 이후의 먼 미래여서 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공무원 봉급표에 따른 직급 및 호봉별 기본급과 상여금·수당·실비 기준, 경총이 집계한 전국 562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직급별 평균 연봉(기본급+상여금+수당)에 근거해 이뤄졌다.

공무원의 경우 정근수당, 직급보조비, 급식비, 가족수당, 성과상여금 등 각종 수당·실비를 모두 포함했다. 그러나 시간외근무수당, 야근수당, 휴일근무수당, 특수지근무수당 등 비경상적 수당은 제외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2.5~3.5%)의 중간값인 3%만큼 앞으로 매년 물가가 오르고 그 만큼 각 호봉 또는 직급별 급여가 인상된다고 가정했다.

7급 공무원의 경우 근속승진 연한인 12년을 채우고 6급으로 승진한 뒤 추가 승진이 없고, 민간기업 직원은 4년마다 대리·과장·차장·부장 순으로 승진한 뒤 임원 승진은 하지 못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취업제한에 연금까지 깎으면···"

한편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부담금은 늘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전 공무원과 등을 져야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은) 하기는 해야 한다"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의 퇴직금(퇴직수당)이 민간의 4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도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춘다면 퇴직수당은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 후 취업과 연금 등 공무원의 노후문제 전체를 종합적이고 균형있게 다룰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공무원에 대한 퇴직 후 취업제한이 강화되는 있는데, 공무원연금까지 삭감될 경우 노후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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