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하지만 집주인은 현재 1억5500만원인 전세 보증금을 2억1000만원으로 55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될 경우 전셋집을 빼라는 것이다. 2년 전 전세금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금도 아직 갚지 못한 상황에서 김씨는 서울로 돌아가기는커녕 전세가가 싼 집을 찾아야 할 판이다.
2년 전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2기 신도시로 떠난 세입자들은 재계약 시점이 다가왔지만, 수천만원 이상 뛰어버린 전셋값 때문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년 전만해도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쌌던 2기 신도시에 세입자들이 몰려들면서 오히려 전세 보증금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래미안한강2차 84㎡도 2억1000만원 선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이는 2년 전에 비하면 평균 5000만원 안팎 오른 값이다. 실제 2012년 11월 당시 한강수자인리벌팰리스 84㎡ 전세가격은 1억5500만~1억6500만원대였다.
보증금은 이처럼 뛰었지만 이마저도 물건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장기동 L공인중개소 대표는 "현재 장기동과 운양동 일대 중소형 물건은 대기를 걸어놔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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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그동안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구래동까지 세입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동에 거주하는 김씨는 "일대 전셋값이 너무 올라 비교적 저렴한 구래쪽이나 조금 더 멀리 집을 구해보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또 2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구래동 자연앤e편한세상 84㎡ 전세가격은 1억3250만원이며 우미린 105㎡는 1억5000만원 선이다.
다른 2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성남 판교 한림풀에버9단지는 2012년 입주한 세입자들이 재계약시 1억원 이상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다. 2012년 11월 3억1000만원 정도였던 이 아파트 71㎡ 전셋값은 현재 최대 4억2500만원까지 뛰었다.
휴먼시아푸르지오2단지 역시 2년 전 3억원대면 101㎡의 전세를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교 원마을에 사는 고모씨는 "2009년 판교 원마을에 전세로 들어와 두 번째 재계약을 하는데 이번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