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점점 멀어지는 '서울 입성'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4.09.2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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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서울에 직장을 둔 김모씨(37)는 2012년 결혼하면서 전셋값이 저렴했던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김씨 부부는 돈을 모아 반드시 서울로 돌아오자고 다짐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김포 한강신도시는 교통편도 나아지고 편의시설도 제법 갖춰져 김씨는 올 연말 만료되는 전세 계약을 연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현재 1억5500만원인 전세 보증금을 2억1000만원으로 55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될 경우 전셋집을 빼라는 것이다. 2년 전 전세금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금도 아직 갚지 못한 상황에서 김씨는 서울로 돌아가기는커녕 전세가가 싼 집을 찾아야 할 판이다.




서울의 높은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수도권 외곽으로 떠밀려온 전세난민들이 또다시 짐을 싸고 있다.

2년 전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2기 신도시로 떠난 세입자들은 재계약 시점이 다가왔지만, 수천만원 이상 뛰어버린 전셋값 때문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년 전만해도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쌌던 2기 신도시에 세입자들이 몰려들면서 오히려 전세 보증금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2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2012년 말 대비 경기 김포의 아파트 전세가는 12.89% 상승했다. 장기동 한강수자인리버팰리스 84㎡(이하 전용면적) 평균 전세가는 1억9500만원으로, 최대 2억원 초반대다.

래미안한강2차 84㎡도 2억1000만원 선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이는 2년 전에 비하면 평균 5000만원 안팎 오른 값이다. 실제 2012년 11월 당시 한강수자인리벌팰리스 84㎡ 전세가격은 1억5500만~1억6500만원대였다.

보증금은 이처럼 뛰었지만 이마저도 물건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장기동 L공인중개소 대표는 "현재 장기동과 운양동 일대 중소형 물건은 대기를 걸어놔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동안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구래동까지 세입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동에 거주하는 김씨는 "일대 전셋값이 너무 올라 비교적 저렴한 구래쪽이나 조금 더 멀리 집을 구해보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또 2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구래동 자연앤e편한세상 84㎡ 전세가격은 1억3250만원이며 우미린 105㎡는 1억5000만원 선이다.

다른 2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성남 판교 한림풀에버9단지는 2012년 입주한 세입자들이 재계약시 1억원 이상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다. 2012년 11월 3억1000만원 정도였던 이 아파트 71㎡ 전셋값은 현재 최대 4억2500만원까지 뛰었다.

휴먼시아푸르지오2단지 역시 2년 전 3억원대면 101㎡의 전세를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교 원마을에 사는 고모씨는 "2009년 판교 원마을에 전세로 들어와 두 번째 재계약을 하는데 이번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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