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도 뛰어넘은 K-OTC…기업 발굴에 미래 달렸다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4.09.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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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대비 투명하고 편리한 거래 시스템 호평…'시총 70%' 삼성SDS 상장 후 거래 축소 우려도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주식 거래시스템 K-OTC가 오는 24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다. 비상장 우량기업을 거래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거래량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코넥스시장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오는 11월 코스피시장 상장을 앞둔 삼성SDS가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삼성SDS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투협이 K-OTC를 선보인 건 지난달 25일. 기존에도 장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프리보드가 있었지만 거래할 수 있는 장외주식이 많지 않다 보니 거래량이 미미했다. 장외주식은 피스탁 등 사설 사이트를 통해 개인끼리 암암리에 거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허수호가가 잦았고 주식을 받은 뒤 대금을 입금하지 않거나 대금을 입금했는데 주식을 받지 못하는 신뢰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금투협은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해 비상장 우량기업을 선별해 K-OTC에서 거래하도록 지정했다. 현재 K-OTC 지정기업부에는 삼성SDS, 삼성메디슨 등 총 67개 기업이 거래되고 있다. 비상장 알짜기업을 시장으로 끌어와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K-OTC 개장 후 지난 19일까지 거래량은 총 665만8353주, 거래대금은 총 252억5713만원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명하고 편리한 거래, 투자자에게 호평=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K-OTC의 하루 거래대금은 23억5689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보드의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 8800만원의 27배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에 출범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의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 3억3100만원보다도 7배 많은 규모다. K-OTC는 지난 19일 일평균 거래대금 28억원대로 개장 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K-OTC의 성공적인 연착륙 이유로 투명하고 편리한 거래, 낮은 수수료를 꼽는다. 한 장외주식 투자자는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에서는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K-OTC에서는 호가와 거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신뢰가 간다"며 "카페 게시판을 통해 중고품 거래하듯 진행되던 거래 방식도 HTS를 통하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수수료도 K-OTC는 0.09%로 사설 사이트의 1∼2.5%에 비해 낮다.

다만 상장주식과 같은 경쟁매매가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이 일치해야만 거래가 체결되는 상대매매 방식이란 점과 상장주식과 달리 장외주식에는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았다.

또 다른 장외주식 투자자는 "같은 HTS를 사용하는데도 경쟁매매가 아닌 상대매매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져 혼란스럽다"며 "K-OTC의 문제는 아니지만 장외주식이라고 매매차익에 대해 대기업 20%, 중소기업 10%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K-OTC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장외주식은 상대매매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되고 양도소득세도 부과된다"며 "K-OTC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SDS, 전체 거래의 70% 차지…상장 후 공백 우려=K-OTC 개장 이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종목은 단연 삼성SDS다. 삼성SDS는 K-OTC 개장 첫 날인 지난달 25일 기준가격 4만77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22일 33만4000원(가중평균기준)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타기업답게 시가총액도 K-OTC 전체(37조2339억2000만원)의 약 7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삼성SDS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이후 K-OTC에 거래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K-OTC는 현재 '삼성 SDS 특수'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시총 70%와 거래대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SDS가 상장할 경우 K-OTC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개인의 거래 수요가 있는 우량기업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에 K-OTC의 운명이 달렸다"며 "삼성SDS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발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금투협이 K-OTC에 지정할 수 있는 기업이 공모실적이 있는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으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이 K-OTC에 지정돼 거래되면 불특정 다수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주식 공모 실적이 발생하게 되고 거래금액에 따라 소액매출신고서 혹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공모실적이 있는 사업보고서 제출 비상장 기업은 100여개사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K-OTC 거래를 주식 공모로 보고 소액매출신고서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규제를 풀어 더 많은 기업을 시장으로 편입시켜야 K-OTC가 계속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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