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4년만에 지어지다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2014.09.1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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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25> 국립 모스크바 대학

모스크바 대학은 러시아 최대의 최고의 대학교다. 정식 명칭은 러시아어로 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МГУ(엠게우)는 모스크바 대학의 약자고 모든 러시아인 들은 이렇게 부른다. 교훈은 -과학은 진리를 향한 배움이며 정신을 향한 개발이다 Наука есть ясное познание истины, просвещение разума-

1755년 1월에 설립되었으며 철학, 법학, 의학, 이렇게 3개 학부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마 인간의 가장 기본권적인 입장에서 대학이 설립된 것을 알 수 있다.



“미하일 로모노소프”라는 학자가 설립했으며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종합대학교로 다양한 학부와 8개의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와 필즈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해 낸 유서 깊은 대학교다. 그러나 처음 설립 당시 학생은 귀족과 평민 출신의 지식인들이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초의 대학교도 그 유명한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역사박물관 자리에 있었으나 현재는 레닌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학생 수는 거의 47000 여명에 가깝고 교직원 수도 8000 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상상해 보시라! 레닌 언덕은 관광객들의 명소로 그곳에서는 모스크바 시내가 한 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레닌 언덕에 위치한 국립 모스크바 대학은 웅장하기 그지없으며 바라보기만 해도 위엄이 넘친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석양을 등지고 있을 때와 하늘의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은 장관이다.

1940년대 말, 철권정치와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스탈린이 집권하던 때였는데, 그가 집착하던 건축양식이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에 곳곳에 “스탈린 고딕 양식” 이라는 건축물을 재건하고자 했을 때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도 이에 해당되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는 스탈린이 지은 고딕 양식의 건물 7개가 있으며 아주 유명하다. 스탈린의 독재정치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지은 이 건물들은 어디에 있어도 가장 높게 눈에 띄게 건축되어 있다.

사실 모스크바에서 스탈린 고딕 양식은 아주 유명하다. 필자는 모스크바 대학 뿐 만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사는 예술인 아파트에도 다녀왔는데 이 역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뽐내며 시내 한 중심에 버티고 있다.


그런데 모스크바 대학은 고딕 양식 건물 중 가장 크고 높은 건축물 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이가 240m,그리고 머리에서 팔이 달린 듯한 형상으로 양 옆으로 좌우의 건물을 거느린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 크레믈린 탑과 유럽의 고딕 대성당에서 영향을 받고 설계를 했다고 한다. 1988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니, 과연 러시아 답다고나 할까.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높고 거대한 건물을 완공하는 데 걸린 기일이 불과 4년 (1949-1953) 이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모스크바 대학이 엄청난 속도로 완공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픈 대목은 이 학교를 짓기 위해 죄수들과 독일군 전쟁의 포로들의 노동력에 대한 것이었다. 겨울에도 두껍게 누빈 옷을 입고 하루도 쉬지 않고 4년을 하루같이 하루 종일 노동을 했다는 말에 그 시절 얼마나 추운 겨울에 옹골지고 혹독하게 부림을 당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언짢았다. 그야말로 뼈 빠지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전전긍긍했을까. 죄수들의 누빈 솜옷으로 최고의, 최상의 상아탑이 얻어진 것이다.

국립 모스크바 대학은 33Km 복도와 5000개의 강의실이 있으며 대학교 중앙 뾰족 탑 꼭대기에 공산주의 상징인 별이 얹혀 있는데 무게가 12톤이나 나간다고 하며 그 밑단에는 소비에트 문장과 시계를 넣었으며 또 바로 밑의 테라스에는 자신 있게 미래를 바라보는 학생들로 장식되어 있다. 넓은 대지 위에 우뚝 서 있는 모스크바 대학의 위용은 대단하지만 죄수들의 한(恨)이 담겨 있는 지성의 전당이다. 다양한 학부는 물론이고 연구소만 해도 공학, 핵물리, 소립자, 물리학, 천문, 계량, 생물, 인류, 세계문명 이렇게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학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을 배출해 내고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모스크바 대학에 발을 내디딘 순간 벌써 마음이 넓어지고 뭔가 정신과 육체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필자의 느낌은 지나친 우연 이었을까?

1988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4년만에 지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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