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증시에 아이스버킷, 현대차 10조 입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4.09.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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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의 자금유입에 활기를 띠던 코스피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현대차 컨소시엄이 한국전력 (21,250원 ▼100 -0.47%) 삼성동 부지인수에 10조원 넘는 금액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수까지 크게 밀렸다.

현대차그룹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시장이 제 흐름을 되찾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 뒤흔든 현대차 그룹의 10조 입찰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87포인트(0.72%) 하락한 2047.74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이 약세를 보인 까닭은 한전부지 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기업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241,000원 ▼8,000 -3.21%) 컨소시엄은 부지 감정가의 3배를 넘는 10조5500억원을 제시, 경쟁자였던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를 따돌리고 낙찰을 받았으나 시장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쓴 것 아니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전날보다 1.6% 하락 출발했던 현대차는 장중 한 때 10% 넘는 내림세를 보였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 3사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8조4117억원 증발했다. 반대로 한국전력은 주가가 5.82% 올라 시가총액이 1조6000억원 넘게 늘었다. 시장의 평가가 어땠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결정이 현대차 그룹 주가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하나, 단기적으로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부지매입에 따른 무형가치와 시너지 창출 효과가 부지 매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면서도 "낙찰금액이 시장예상인 4조~5조원보다 훨씬 높아 단기간 주가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과연 어떤 판단에서 '통 큰 베팅'에 나섰는지 그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확대 기대감 사라진 것도 하락요인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와 모비스의 자금여력을 보면 이번 인수금액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며 "정작 큰 문제는 현대차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자금에 더해 부지개발에 필요한 추가자금도 필요하다. '10조5500억원+α'의 자금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곳간이 비니 주주들에게 나눠줄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는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행동'에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앞서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후 시장 눈길이 현대차로 넘어왔는데 이 또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팔자'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도 관건이다. 이날 기관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113만주, 182만주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현대차 8만주, 기아차 68만주를 순매도하는데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한국시장과의 시차문제 때문에 외국인의 매매가 하루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19일 증시에서 이들의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수급은 어떨까.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총 2837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순매도 금액이 3866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종목은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금수급 측면에서는 버팀목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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