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내용이지만 당시엔 꽤 진지하게 들렸다. 견학 당일 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대기했는데 반에서 한 두 명은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겠다"며 눈물을 터뜨려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했다. 하지만 견학이 끝난 뒤 4학년생들의 63빌딩 전망대와 수족관 무용담은 한참동안 이어졌고, 선후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63빌딩(247m)이 완공된 지 30년새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 부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301m),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263m) 등이 건립되면서 63빌딩의 상징성은 약해졌다. 전 세계 마천루 경쟁이 치열해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 대만 101타워(508m),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 등이 등장하면서 높이로는 명함을 못 내밀게 됐다. 당장 2015~2016년에는 중국에서만 핑안 국제금융센터(648m), 상하이 타워(632m), 골든 파이낸스(597m) 등이 완공된다.
서울시는 롯데의 임시사용 승인 신청서와 보완 자료를 검토해 '적합' 결론을 내렸지만 최종 승인은 내주지 않고 있다. 교통대책 비용으로 당초 승인조건보다 1000억원을 더 받기로 하고도 여론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시민들에게 먼저 개방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6∼7월부터 개장을 준비해온 롯데의 속은 타 들어간다. 개장이 지연되면서 1000여개에 이르는 입점예정 업체들이 구매했던 상품들은 전시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재고가 됐다. 백화점과 면세점, 쇼핑몰 등에서 근무하려고 대기하던 인력도 대거 이탈하고 있다. 개장이 늦어져 입는 손실만 월 9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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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건축물 사용승인에 앞서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려고 실효성 없는 장치를 만들고 시간을 끄는 것은 곤란하다. 롯데그룹이 잠실 금싸라기 땅에 롯데월드타워가 아닌 30~4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었다면 수조원대 개발이익이 가능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이유도 없다.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초고층 건물을 지어 고국에 바치고 싶다"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도 일정부분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지매입비를 빼고도 3조5000억원을 투입한 이 현장의 투자 손익을 맞추려면 30년 가까이 걸린다. 롯데가 짓지 않았다면 한국에 이런 초고층 랜드마크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