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스크로 급락한 KB금융, 주가는 어디로…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4.09.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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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세..임 회장 거취 따라 주가도 희비 갈릴 듯

정부 경기 부양 기조로 수혜를 입으며 주가가 큰 폭 오르던 KB금융지주가 임영록 회장 징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 (80,100원 ▼900 -1.11%)은 15일 5.22% 급락한 채 마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임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내린데 이어 KB금융 이사회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 회장에 대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은데 따른 것이다.



KB금융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9.30%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문책적 경고)를 내린 4일부터 주가가 하락세가 시작된 셈이다. 이후 임 회장이 추석 대체휴일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11일 주가는 다시 2.15% 하락했다.

이후 KB금융은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열린 지난 12일 모처럼 0.61% 반등했다. 하지만 장 마감 후 금융위가 임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내린 문책성 경고보다 수위가 더 높은 3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내리자 이날 5% 이상 떨어지며 리스크를 그대로 반영했다.



KB금융은 CEO 리스크가 부각되기 전까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양 기조에 힘입어 주가가 경쟁사인 신한지주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KB금융은 지난 8월 이후 지난 3일까지 6.97% 올라 같은 기간 신한지주의 상승률 4.2%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KB금융을 둘러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준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에서 KB금융지주 회장의 해임을 의결하게 된다고 해도 신임 회장과 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CEO 부재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은 수도권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영업이익 구조를 보유하고 있고 배당 여력도 풍부해 정책 수혜가 클 것으로 기대됐으나 CEO 부재로 정책 변화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임 회장이 버티기를 하며 퇴임하지 않고 사태가 장기화할 될 경우 투자 심리뿐 아니라 실질적인 펀더멘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임 회장이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는다고 해서 당장 LIG손보 인수 문제나 영업력 등에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 회장과 은행장이 잇따라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에 LIG손보를 매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각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LIG손보 인수가 지연돼 지연 배상금을 물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수가 무산되면 KB금융 주가에도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주주들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LIG손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금융지주사가 자격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수 자체가 깨지기는 힘들 것이지만 금융당국에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어서 변수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조기에 사퇴를 결정할 경우 CEO 리스크의 영향이 어느 정도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임 회장이 조기에 사퇴하고 후임자 선정에 박차가 가해지면 경우에 따라 이번 사건이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임 회장이 사퇴하고 능력 있고 신망 있는 인사가 후임자로 물망에 오를 경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실무 능력이 없고 내부 직원과 노조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후임자가 온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 경험이 없는 후임자가 올 경우 학습기간이 필요해 당장 현안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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