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속도 내는 엔저에 수출주는 '급제동'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4.09.0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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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이 지속되며 국내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오전 11시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전 6시 종가보다 2.64원 내린 100엔당 966.34원이다. 2008년 8월 25일 기록한 964.23원 이후 최저치로 작년말에 비해 30원 이상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도 전일대비 0.25엔 상승한 105.17엔에 거래되며 올 1월2일 기록했던 연고점 105.45엔에 근접했다.



엔저가 지속되며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오전 11시30분 현재 운송장비 업종은 전일대비 0.77% 하락 중이다. 현대차는 전일대비 3500원(1.55%)하락한 22만2000원에 거래 중이고 기아차도 1.66% 내리고 있다. 이틀연속 하락한 현대모비스는 약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출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4% 넘게 내린 4만2000원대에 거래중이다. 다만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환율 영향보다는 최근 IT주 전반이 부진해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하락의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전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큰 흐름속에 돈을 풀었지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소비가 늘거나 수출이 개선되거나 하는 효과가 적어 일본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4월 소비세율을 올린 이후 경기 회복이 주춤하며 추가 부양책 기대를 키우고 있고 미국에서는 경기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달러 강세로 많은 지역 통화들이 엔화처럼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화 강세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며 이어지고 있는데 수입이 줄면서 흑자가 나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으며 좀처럼 수입이 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수가 활발해지고 수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엔저와 원화강세로 가격에서 손해를 본 수출기업은 수출물량이 늘어야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오면 수출기업들의 여건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지속되는 만큼 수출기업들 보다는 영향을 덜 받는 내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민구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엔저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주와 정책관련 종목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같은 통신주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화장주는 내수주로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은행, 증권, 전기가스, 통신 등 환율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종들이다. 한국전력이 2% 넘게 오르고 있고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2~4%대 강세다.

이어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만큼 건설주들도 수혜를 받을 것이고 중국 관광객들의 수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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