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의 어원이 라틴어 스페꿀라리(speculari), 즉 '몰래 엿보고 관찰한다(spy out and observe)'는 의미라고 소개한 것도 바루크인데, 그는 진정한 투기자를 유능한 외과의사에 비유했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서로 모순되는 수많은 현상들 속에서 중요한 사실을 찾아내야 하고, 바로 그 사실에 기초해 냉정하고 명확하게, 또 아주 솜씨 좋게 수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바루크와 비슷한 시기에 월가에서 활동했던 제시 리버모어도 그의 책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에서 주식 트레이더와 외과의사의 훈련 과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외과의사가 되려면 해부학과 생리학, 약물학을 비롯한 수십 가지 세부 과목을 배워야 하고, 이론을 배운 다음에는 평생 현장에서 그것을 실습하며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을 체득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막상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면 너나 할 것 없이 손해를 보고 마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직접 체득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정이 개입되는 주식 투자에서는 조금 아는 게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투자 실력이 뛰어날까? 아니다. 그것도 대개는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신경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윌리엄 번스타인은 저서 '투자의 네 기둥'에서 "투자가 의학처럼 과학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의학 정보는 까다로운 임상실험을 거쳐 나온 것이고, 의사들은 간단한 감기약조차 충분한 검증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새로이 처방하지 않는다. 그런데 투자를 할 때는 이런 과학적 검증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에 귀 기울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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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루크가 '월가의 현자(賢者)'로 기억되는 까닭은 그가 조지 소로스처럼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도 아니고, 존 템플턴처럼 60년 이상 꾸준히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는 불과 25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벌자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러고는 워싱턴으로 가서 나머지 인생을 백악관 경제자문과 외교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보냈다. 말년의 바루크는 비록 대단한 정치적 거물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반면 열다섯 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 평생 시장을 떠나지 않았던 리버모어는 길이 90미터와 60미터짜리 호화 요트와 대저택을 소유했을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기도 했고, 한창 때는 '월가 최고의 승부사'로 불리며 당대의 은행가 J.P. 모건조차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결국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월가의 거물로 행세하려고 발버둥치다 제때 그만두지 못하는 바람에 험한 꼴을 당하고 만 인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끝이 좋아야 좋은 것이다. 진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할 것은 눈앞의 사건과 현상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삶이다.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