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Q도 '어닝쇼크' 조짐···억눌리는 주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8.28 07:30
글자크기

펀드매니저 "상속 앞둔 기업, 어닝쇼크 당연"...삼성電 100만원 밑돌면 증여세 3조원 아래로 하락

이미지=유정수 디자이너 이미지=유정수 디자이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어닝 쇼크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3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대 중반일 거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시장에는 '영업이익 5조원대' 소문이 돌며 투심을 냉각시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라는 예상이 널러 펴져 있다"며 "이건희 회장 지분 증여를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여나 상속을 앞둔 상장기업은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증여세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게 된다. 삼성전자 같은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은 주가가 1000원만 올라도 증여세가 1000억원 이상 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3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 =1·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어닝 쇼크설이 돌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줄지어 영업이익 하향 조정에 나섰다.



27일 현대증권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5조9000억원으로 내렸다.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7조5000억원 수준인데 예상보다 1조6000억원이나 모자랄 거란 전망을 낸 것이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핸드셋의 경우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판매단가 하락과 제조 경비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로 전분기 4.4조원 대비 3.9조원의 감익이 예상된다"며 "가전 부문도 TV 판매 부진으로 8000억원에서 2000원으로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고 예상했다. 우려했던 스마트폰 부진 외에도 가전 사업부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기존 7조원대 예상치를 줄줄이 6조원대로 낮추는 분위기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된 것이지만 갤럭시S5 판매 급감에 따른 고가폰 비중 감소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원 내린 6조4800억원으로 하향했다.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6조원대로 조정되는 분위기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밖에 안 나온다면 올해 전체 순이익은 20조원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올해 순이익이 20조원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현 시가총액 203조원(우선주 포함)은 주가수익비율(PER) 10배에 해당된다. 주가가 이미 많이 하락했는데도 "저평가가 아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電 100만원 밑돌면 증여세 3조원 아래로=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 3.38%, 보유주식수는 498만5464주다. 26일 종가 122만2000원 기준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할증 20%를 가한 증여가액은 약 7조3100억원이다. 50%인 최종 증여세는 약 3조6550억원이 된다.

증여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가는 증여 발생일 전후 2개월 주가의 평균이다. 즉 증여를 결정하기 전후 2주간 주가가 약세를 보여야 증여세를 덜 내게 된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급등하며 150만원 부근에서 움직였다. 6월3일 종가(147만원)를 기준으로 계산한 증여세는 4조2955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25만원 가량 하락하면 증여세를 6400억원 가량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적어도 2개월 이상 약세를 이어가야 증여세를 최대한 아낄 수 있다.

만일 증여 기준 주가를 100만원 아래로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면 이건희 회장 지분에 대한 증여세는 3조원 미만까지 하락하게 된다.

물론 최종 증여세는 증여가 발생한 날 전후 2개월 평균주가로 결정되므로 증여 또는 상속 공시가 나온 시점 이후의 주가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증여 공시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대주주 입장에서는 증여 직전 주가를 최대한 억누르는 것이 유리하게 된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예전같으면 이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면 당연히 비상경영을 선언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을 앞두고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그냥 방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