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갑론을박②]정지훈 교수, "기계와 경쟁시대 곧 온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8.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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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품 가치 높아지고 인지스포츠도 등장할 것


[로봇 갑론을박②]정지훈 교수, "기계와 경쟁시대 곧 온다"


▶[로봇 갑론을박①] 휴먼로봇시대는 멀었다'에서 이어집니다

로봇 하면 요즘 떠오르는 생각은 ‘일자리가 사라진다’가 아닐까 한다. 로봇의 대두와 이로 인한 새로운 산업혁명 이야기가 전 세계를 뒤덮기 시작했다. 아마도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공장과 전자제품 공장, 다양한 중소 규모 제조업체에 이르는 많은 곳에서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이런 상상은 다소 과장된 공포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일자리 대체와 부의 불균형 초래에 일조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본으로는 적은 시간의 노동으로 생산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이런 경향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일이기에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올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산업 구조의 재편도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역할이 거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잘못일 것이다. 병원에서는 로봇이 수술과 진료를 담당하면서 과거보다 의료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해질 것이고, 택시와 트럭 운전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물류 유통량과 교통비용 등이 감소할 것이다. 법률 소송과 회계 처리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로봇 에이전트 등에 전문직도 일자리를 내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자동화나 기술 진보로 인한 일자리 변동은 인류 역사에서 주기를 두고 있어 온 만큼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딘가 일자리는 새롭게 생길 것이며, 최근의 발달된 IT 환경과 인터넷을 감안한다면 과거보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언제나 사회 불안정과 정치 쟁점이 크게 발생했고, 무의미한 싸움도 많이 벌어졌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결과는 인류의 삶과 사회를 진보라는 긍정의 방향으로 발전시켰지 퇴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과거보다 상품은 저렴하고 질이 좋아졌으며, 일반인의 삶도 나아졌다.그렇다면 이제는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어떤 일을 인간이 하고 살아야 할지에 관한 주제로 논의를 옮겨 보자.
앞으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많은 일을 대체하면서 저렴하고 대량 생산된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고, 각종 서비스의 상당수도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것이다. 최근 로봇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는 것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인간과 비슷하고 존재의 문제를 느끼는 그런 로봇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도리어 저렴하고 특별한 기능을 갖춘 로봇이 사회, 개인, 가정의 미충족 욕구를 채워 주는 방향의 로봇이 실제로 팔릴 수 있는 형태로 상품화 되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121㎝, 28㎏ 정도의 하얀색 인간형 로봇인 ‘페퍼’는 최신의 음성인식 기술과 감정을 추정하는 감정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2015년 2월 19일부터 약 200만원의 가격으로 일반에 판매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엔지니어들과 디즈니 출신 디자이너의 합작인 지보(Jibo)도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5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선판매에 들어감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구글이 올해 투자한 새비오크(Savioke)라는 회사는 8월 12일 영화 ‘스타워즈’의 R2D2를 닮은 빌딩 내 배달 로봇 새비원(SaviOne)을 발표했다. 이들 제품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인간과 닮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현재 가능한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한 수준의 가격으로 제품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식주 산업자동화 속도
이렇게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확대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인간이 시간을 들여 만든 고급스러운 수제(handmade)품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량 생산성과 표준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높은 가치를 쳐 주는 명품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정밀도나 질에서는 약간 떨어지더라도 인간은 인간의 시간을 들여서 무엇인가를 이룬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 장인들이 만든 작품이나 예술품에 해당하는 것들의 가치가 미래에는 좀 더 높아질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주변에서 잘 보기 어려운 독특함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합리에 따른 소비보다는 충동성의 특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기계와 인공지능을 벗어난 사회를 만끽하는데 돈을 지불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할 만한 것은 스포츠 산업의 발달 과정이다. 이미 수많은 기계가 인간의 육체를 뛰어넘는 힘과 스피드 및 정확성을 보여 주고 있고, 여러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서 인간의 육체가 과거의 인간들보다 평균 체력이 떨어진 육체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 게임에 등장하는 운동선수들의 기록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계속 양산하고 있으며, 야구나 축구 등 선수들의 기량도 더욱 나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아마추어로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등에 출전했지만 이제는 프로스포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자체가 중요한 산업군이 되었다.

건강을 위해 사람들도 계속 운동을 하고, 이를 즐기는데 많은 돈을 지불한다. 최근에는 X스포츠같이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에도 거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수가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극지나 사막 등 오지 탐험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포츠나 운동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과거 개념으로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뭔가 내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고 힘이 들게 만들면 돈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과거의 선조들이 보기에 이해가 될 만한 일일까?

프로스포츠의 경우 단지 최고 기량의 운동선수들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고 기량의 플레이어들이 큰돈을 벌어 가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나 백업 능력이 있는 선수들도 많은 돈을 번다. 프로스포츠 리그도 다양하게 지역과 시장을 두고 커지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선수관리 등 산업도 생겨나면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기능을 대체하고 일을 대신 하기 시작하면 인지 기능을 스포츠로 생각하는 산업도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미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이스포츠(e-Sports)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고, 이를 중계하는 TV네트워크도 높은 금액에 구글 같은 회사에 인수되고 있다. 인간의 두뇌를 겨루는 다양한 방식의 게임과 스포츠가 고안되고, 이를 준비하는 선수들도 커다란 산업을 이루면서 발전할 것이다. 생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정신 건강과 인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공부, 토론 등 교육산업도 지속 커질 것이다.
영화 'her(그녀)'의 한장면/주인공(테오도르가)가 이어폰을 꽂고 웃으며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영화 'her(그녀)'의 한장면/주인공(테오도르가)가 이어폰을 꽂고 웃으며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과 토론 등을 즐기고 다양한 논점의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창의성 작품을 만드는 등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축구, 탁구, 테니스를 거쳐 자동차 레이싱 등의 스포츠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하고 이스포츠를 통해 나왔듯 컴퓨터나 기계를 도구로 하여 협업 방식의 새로운 스포츠나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활동도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삶에 의식주와 같은 필수품 제공과 연관된 산업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도입될수록 더욱 일상용품이 되면서 별다른 부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인간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삶을 영위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들이 빈둥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며,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이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런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발표되는 많은 로봇 및 인공지능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때맞춰 개봉돼 화제가 된 영화 ‘her(그녀)’나 ‘트랜센던스’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상상이다. 되레 가까운 미래에 받아들여질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현실 위협 및 이에 대한 대비 방안,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글=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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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갑론을박②] 기계와 경쟁시대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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