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 씨가 내는 건보료는 퇴직 후에 훨씬 불어난다. 소득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지만 건보료는 34.3% 늘어난 20만1230원을 내야 하는 것. 퇴직자인 박 씨의 경우 연금소득 외에 2억1420만원짜리 주택과 2400cc 자동차 등에도 건보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산이 똑같다고 가정할 때 직장에 다닐 때는 건보료가 소득의 3%였지만, 퇴직 후에는 소득의 8.6%로 올라가는 것도 박 씨의 건보료가 퇴직 후 더 불어나는 이유다.
매달 110만원의 연금소득과 2억2700만원짜리 주택, 1600cc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된데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자녀 3명과 배우자 몫의 건보료도 그 앞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716만 베이비붐 세대 중 257.5만 직장인 퇴직 임박=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1955~1963년생 건강보험 가입자는 716만1467명이다. 이중 36%인 257만4724명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어 건보료 직장가입자로 분류돼 있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014만7316명 중 1493만9264명인 29.8%가 직장 가입자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직장인 가입자의 17.2%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맞아 무더기 은퇴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은퇴가 가속화하고 있는 1955년생(59세)의 경우 이미 은퇴한 세대까지 포함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68만9807명 중 직장가입자는 20만3872명(29.6%) 정도다. 아직 은퇴가 본격화하지 않은 1963년생(51세)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 87만7783명 중 41.5%(36만4074명)가 직장가입자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앞으로 10년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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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체계가 제각각인 현 건보료 부과체계로는 은퇴세대들이 건보료를 직장 시절보다 훨씬 더 내는 역전 현상도 급증할 전망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지만 퇴직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재산은 물론 배우자와 자식 몫으로도 건보료를 부과해 건보료 금액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정도는 건보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부양자·임의계속가입 등 무임승차 둘러싼 논란 커질 듯=이 때문에 벌써부터 건보료 형평성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같은 은퇴자라고 해도 자녀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자식이 직장에 다니지 않아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은퇴자는 직장 시절보다 건보료가 더 늘어나는 반면 직장에 다니는 자식이 있다면 수십억원의 자산가라도 건보료를 내지 않는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의계속가입제도도 편법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임의계속제도는 이직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가 직장가입자로 다시 전환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 도입했다. 임의계속 신청을 하면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2년간은 회사를 다닐 때 내던 건보료를 그대로 낸다. 하지만 퇴직 후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임의계속가입자로 전환되면 이 제도가 건강보험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스란히 건강보험 성실 납부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부가체계 개선 기획단 관계자는 "지금도 한해 건보료 부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민원만 5700만건이 된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건보료 대란을 막으려면 건보료 부과체계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